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중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문화예술계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명성의 대규모 단체일수록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뉴욕필 홈페이지 첫 화면은 “긴급 후원을 통해 이 미국의 문화적 아이콘이 살아남아 사회 봉사를 계속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000만 달러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필은 공연 예매를 했던 애호가들에게 후원금으로 간주하고 환불을 요구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팬데믹으로 6,000만 달러의 손해를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4월 1일부터 단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메트로폴리탄 예술감독 피터 겔브는 “재정 위기가 심각하다. 오페라단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후원이 절실하다.”라며 자신의 연봉 145만 달러를 팬데믹을 극복할 때까지 수령 중지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국립, 시립오페라단을 포함해 모든 오페라단은 상근 오페라 오케스트라단원과, 오페라합창단원이 없다. 문제는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 등 상근 단원이 있는 오케스트라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세금으로 운영되고 그동안에도 후원금과 매표 수입 비중이 미국 뉴욕필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존폐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 홈페이지는 존폐를 걱정하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나 뉴욕필의 홈페이지와 달리 매우 평화스러워 오히려 당황스럽다. 국내외 문화예술계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으로 세상과 소통을 시도 중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오페라를 비롯하여 뉴욕필, 우리나라 KBS교향악단도 자료 영상을 공개 중이다. 온라인 공개물 중 세상을 가장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은 역시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 베를린필 디지털콘서트홀(Digital Concert Hall)이다. 우리는 여기서 배울 점이 너무나 많고 가야 할 길도 멀다. 베를린필의 디지털콘서트홀은 평소 만만치 않은 정기 구독료를 내야 감상이 가능한데, 이번 팬데믹으로 회원 가입 시 한 달간 무료 시청 서비스를 하는 중이다. 애호가들로서는 절대 놓쳐서는안 될 기회다. 베를린필 디지털콘서트홀에 간단하게 이메일만 기입하고 가입하고 나면 클래식의 엄청난 신세계가 열린다. 그 내용물의 수준은 우리나라 정규 음악대학 나아가 대학원의 음악사, 음악 문헌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들로 평가된다. 내용물이 너무나 방대해서 한 달 동안의 무료 시청 기간 내에 탑재된 영상물을 도저히 다 볼 수가 없다. 베를린필 디지털콘서트홀 기본 분류의 공연, 영상, 인터뷰에서, 공연, 작곡가 순서로 들어가면 수백 명의 작곡가들 이름이 알파벳으로, 국내 버전의 경우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작곡가들을 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기에 등장하는 이름들을 보면 그간 자신의 음악 지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작곡가 중 가나다순으로 시작하는 처음 열 명만 그대로 예시를 들면 카를로스 가르델, 조반니 가브리엘리, 조지 거슈인, 오스발도 골리호프, 하이너 괴벨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퍼시 그레인저, HK 그루버, 마르틴 그루빙거, 에드바르 그리그 등이다. 이 10명 중 3명 이상의 작곡가만 알아도 클래식 고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물 중에서도 독일이 자랑하는 3B 바흐, 베토벤, 브람스는 당연히 숫자가 많다. 3B 영상물만 보기에도 한 달이 짧다. 검색창에서 ‘베토벤 심포니 3번’을 치면 지휘자 카라얀,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티안 틸레만 등이 나온다. 똑같은 베토벤 에로이카를 시대별, 지휘자별 해석과 스타일로 비교 감상이 가능하다. 그저 놀랍고 행복할 뿐이다. 말러 교향곡 2번을 치면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사이먼 래틀, 안드리스 넬슨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등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말러 교향곡을 사이먼 홀지가 해설하는 영상도 있다.

베를린필의 최근 연주는 대부분 지휘자와의 곡 해설 인터뷰 영상이 따로 있다. 곡 설명도 들을 수 있고, 그 지휘자의 작품에 대한 해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사이먼 래틀의 뒤를 이어 새로 부임한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에 대한 궁금증도 영상을 통해 완전히 해소된다. 페트렌코의 영상 중 하나에는 부록으로 단원과 인터뷰가 있다. 단원은 이렇게 페트렌코에게 묻는다. “지휘하기 전에 작품을 공부할 때 악보를 더 많이 분석하십니까, 아니면 총보의 피아노를 더 많이 치십니까?” 만약 그 단원 앞의 상임 지휘자가 페트렌코가 아니라 카라얀이나 첼리비다케나 바렌보임과 같은 마에스트로였다면 단원에게 이런 질문이 가능했을까.

베를린필 디지털콘서트홀 영상물 중 ‘공연’ 이외의 ‘영상’과 ‘인터뷰’ 카테고리를 통해 그들이 베를린필을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자료들도 풍부하다. 이 자료들을 보며 우리 사회에 문화 자원을 널리 알리기 위한 투자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에코 에너지 대표,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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