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국내에서 유독 흥행이 잘 안되는 영화들이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불리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의 하위 장르 또한 이 중 하나이다.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수의 등장 인물들이 우주의 여러 행성을 오가는 복잡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우주선이 중요한 오브제로 등장하고, 이를 이용한 전투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과학적 근거보다는 과감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세상의 시작과 종말, 신적인 존재의 탄생 같은 신화적 내용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상상할 수 있듯 이런 영화들은 매우 높은 제작비들이 투입되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을 타겟하기 마련인데, 유독 한국에만 오면 고전을 면치 못한다.

모든 SF 장르의 영화가 한국에서 인기 없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외화 흥행 역대 순위를 보면, <어벤져스> 시리즈가 1, 5, 6 등을 했고, 아바타가 3등, 인터스텔라가 7등에 랭크되어 있다. Top 7 중 <겨울왕국 2>와 <알라딘>을 제외한 모든 영화가 SF 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너무 많은 등장 인물들로 인해 서사가 복잡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가 없다고 하지만, <어벤져스> 시리즈의 인기를 보면 꼭 그것이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모두 인기 없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인터스텔라>는 한국에서만 유독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SF, 우주, 복잡한 서사 중에서 어떤 한가지 때문이 아니라 이것들이 다 모인 작품들이 인기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마블 히어로 영화들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유독 이 중 ‘스페이스 오페라’에 해당되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1, 2 만은 국내 흥행에 취약한 것을 보면 이러한 작품들에는 한국 관객들이 외면하게 하는 매직 레시피가 있는 것 같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1941년 작가이자 평론가 윌슨 터커가 잡지 기고문에 처음으로 쓴 조어이다. 당시 그는 이 용어를 당시 유행하던 SF 소설과 코믹스들을 다소 비하하는 뜻으로 만들었다. ‘오페라’라는 표현은 상투적인 틀에 박힌 활극과 감정과잉으로 범벅된, 천박하고 단순한 내러티브라는 뜻을 함의하고 있다. 그는 서부극을 ‘말 타고 돌아다니는 오페라’(horse opera)라 부르고 비누 광고가 나오는 신파 드라마들을 ‘비누 오페라’(soap opera)라고 하듯, 뻔한 패턴을 반복하는 구태의연한 우주선 이야기를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로 명명하자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많은 이 하위 장르의 작품들은 우주를 대상으로 전투를 반복하고, 틀에 박힌 권선징악을 강조하며, 로맨스를 반복하는 상투성을 갖고 있다.

<승리호>가 2월 5일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 24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대작은 결국 코로나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장 개봉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영화는 과연 한국판 ‘스페이스 오페라’인가? 일단 우주가 배경이고, 우주선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천재적인 우주선 운전 실력을 갖춘 김태호(송준기)와 승리호의 승무원들이다. 당연히 화려한 우주선 전투 장면이 등장한다. 당연히 권선징악이 핵심 주제이다. 다만, 한국형 오페라답게 악당은 엘리트 주의자이고, 낙오자들이 선한 편을 맡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부성이 주요한 모티브인 것 또한 한국 영화스럽다. 왠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온갖 클리쉐는 다 포함된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의 첫 번째 작품으로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보이기도 한다.

 

글 | 도영진
영화 칼럼니스트, 베인앤드컴퍼니 부파트너, 이십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 한국 및 아시아 대표 역임, CJ E&M 전략기획담당 역임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