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미래와 과거의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둘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최강의 콤비가 될 것이다. 과거의 누군가는 미래로부터 정보를 받아 위험을 피하거나 돈을 벌어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미래의 또다른 누군가는 과거의 후회스러운 나쁜 일을 되돌려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 둘이 서로 싸우게 된다면 누가 이길까? 애초에 어떻게 싸움이 가능할까?

2020년 11월 넷플릭스 개봉작, 이충현 감독의 작품 <콜>은 같은 집에서 사는 2020년의 ‘서연’(박신혜)과 1999년의 ‘영숙’(전종서)이 낡은 전화기를 통해 시간을 초월하여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임슬립은 인기는 많지만, 난이도가 높은 소재이다. 특히 과거와 현재가 서로에게 반복적으로 영향을 주는 이야기는 논리적인 구멍이 생기기 쉽다. 역시나 이 작품은 이야기의 갈등 구조가 심화되면서, 스토리가 아쉬운 경우들이 생긴다. 하지만 배우의 훌륭한 연기는 이런 약점을 모두 커버한다. 전종서 배우는 <버닝> 때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거대한 피지컬이나 아주 나쁜 인상을 가진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마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처럼, 영화 후반부부터는 그녀 앞에서 왜 희생자들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설득이 될 정도의 뛰어난 악역 연기를 보여준다.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놀라운 것은 박신혜 배우였다. <#살아있다>에서 애매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와 같은 사람인가 할 정도이다. 주연 배우 못지않게 김성령, 오정세, 이동휘, 이엘 등 조연들의 뛰어난 연기도 영화의 재미와 몰입도를 높이는 주요한이유이다. 뛰어나다. 특히 서연 아빠 ‘박호산’ 배우의 후반부 자동차 씬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엄청난 절망과 슬픔을 느끼게 하는 최고의 장면이다.

두 여자의 집은 또다른 씬 스틸러이다. 서연이 사는 집은 과거의 사건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중년의 여성이 혼자 사는 우울한 공간에서, 세련되고 따뜻한 가족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버려진 폐가가 되었다가, 연쇄 살인마의 소굴로 변모하며 20년 동안 그 집의 다른 역사들을 잘 보여준다. 촬영과 조명과 더불어 본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음악이다. 99년을 표현하기 위한 서태지의 음악은 물론, 급변하는 상황과 긴장을 표현하기 위한 사운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제 극장을 통하지 않고 바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번 작품을 홍보하는 박신혜 배우가 이어폰을 끼고 사운드에 집중하며 영화를 감상해 달라는 인터뷰를 보았다. 예전 극장 시사회 때 한 배우가 가능하면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기억이 났다. 1년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영화 산업은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나마 디지털로라도 완성도 높은 신작들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글 | 도영진
영화 칼럼니스트, 베인앤드컴퍼니 부파트너, 이십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 한국 및 아시아 대표 역임, CJ E&M 전략기획담당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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