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은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이다.
러시아 대부분의 도시에는 푸쉬킨의 성을 붙인 길이나 광장이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동상을 세우고, 박물관을 만들며, 유치원과 학교, 대학교에는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그의 탄생 혹은 서거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또한 수많은 영화 애호가들도 푸쉬킨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 중 왜 푸쉬킨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5%가 채 안 될 것이다.

푸쉬킨은 러시아 문학의 표본일까?

푸쉬킨은 실제로 러시아 문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그가 한 가장 큰 업적은 그의 시와 운문 소설작품에 다채로운 어휘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당시 작가들은 주로 귀족을 위해 글을 썼고, 작품 속 어휘는 민중의 언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귀족은 프랑스어로 소통하고, 민중은 러시아어를 쓰는 이중적인 구조였다. 따라서 지금도 그들의 작품을 읽을 때는 사전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 푸쉬킨 덕분에 러시아 문학을 귀족뿐만 아니라 평민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 바로 이 점이 그가 러시아 문학 발전에 한 가장 큰 공헌이며 따라서 그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Pushkin's married lover Anna Petrovna Kern, for whom he probably wrote the most famous love poem in Russian
Pushkin's married lover Anna Petrovna Kern, for whom he probably wrote the most famous love poem in Russian

그런데, 푸쉬킨의 전기를 보면 제자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그는 후계자 양성에 관심이 없었으며, 따라서 그가 러시아 문학 언어에 변화를 불어넣은 것 역시 계획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다만 당시 독자들이 어떤 문학을 원하는지 잘 알았고, 그 요구에 부응했을 뿐이다. 푸쉬킨 이후의 작가와 시인들 역시 그를 스승이 아닌 천재이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로 여긴다. 따라서 푸쉬킨은 당시 문학을 대변하는 뛰어난 시인이긴 하지만, 러시아 문학의 표본이라고 볼 수는 없다.

푸쉬킨은 과연 정신적 스승이었을까?

푸쉬킨의 작품 세계에 대한 논문은 무수히 많으며, 대부분은 마치 서로 베끼기라도 한 것처럼 매우 유사하다. 이들 논문에서 공통으로 언급하는 것은 푸쉬킨이 단순히 소설가였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승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푸쉬킨의 작품 대부분은 작가 스스로의 생각을 담고 있지 않으며, 삶을 묘사하고 있고, 결론은 독자 스스로 내리게끔 하고 있다. 물론 푸쉬킨의 추종자들은 그가 쓴 시 구절들에 도덕적 설교가 있다고 주장한다.

Пушкин. Оригиналы стихов и записок. 1815-1820-е гг
Пушкин. Оригиналы стихов и записок. 1815-1820-е гг

그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시인의 동시대인들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푸쉬킨이 화를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노라고 기술하고 있다. 자기 자신은 악의가 있는 농담을 하면서도 누군가 악의가 전혀 없는 농담이라도 자신에게 하면 몹시 화를 내곤 했다고 한다. 그는 학업에도 성실하지 않았으며, 선생님들께 무례하게 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판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러한 그의 성향은 유년기를 지나서 더 심해졌다. 따라서 이러한 푸쉬킨의 성격으로 보건대 과연 그를 정신적 스승으로 우러러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푸쉬킨을 사랑할 필요가 있을까?

푸쉬킨이 위대한 시인이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며, 그의 성격이나 사생활과는 무관하게 우리는 그가 남긴 위대한 시를 힘든 순간마다 꺼내서 읽으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렇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쉬킨의 시처럼 수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그의 주옥같은 시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모두 그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이것만으로도 그와 그의 작품을 사랑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봄에는 푸쉬킨의 시를 읽어볼까?

글 | 승주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러시아어 석사, 뿌쉬낀하우스 강사와 한러번역가로 활동 중. 공지영 <봉순언니>, 김애란 <두근두근 내인생>,, 김영하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등 해외 번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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