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_Inge M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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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촌 기후변화의 상당 부분은 땅에서 빗물을 버리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은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빗물을 버린 후 말라버린 땅에서는 지표면이 쉽게 데워져 온도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극단적인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Goldman Environmental Prize)’을 수상한 슬로바키아 NGO ‘사람과 물’의 미카엘 크라빅(Michal Kravcik) 회장은 물이 극한기후, 해수면 상승, 기후변화의 본질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물의 소순환 과정에서 비의 양이 계속 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시에 초목이 없어지고 콘크리트 포장에 따라 빗물이 버려지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기온을 낮출 방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가령 초지를 개간하여 도시를 만들면 물순환이 바뀌고 열섬현상이 일어나 더워진다. 나무를 자르고 빗물을 빨리 버리게 되는 현상에서 빗물이 증발산 되어 시원해지는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증발산 양이 적어지므로 국지성 구름을 만드는 물의 순환에 물 공급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그 지역에는 비가 적게 오고, 그 대신 다른 지역에 더 큰 비가 오게 된다. 이것이 지역적으로 발생하는 기상이변의 원인이다.

전 지구적인 지구 온난화나 CO₂ 양 증가보다 어쩌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물이 기후변화 문제의 본질이라는 접근은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이 하천과 강을 거쳐 바다로 가는 ‘대순환’뿐만 아니라 빗물이 떨어져 한곳에 모여 있다가 그 지역에서 기화하여 다시 비를 뿌리는 ‘소순환’에도 집중해야 한다.

물의 소순환의 파괴는 빈번한 극한기후 현상, 지하수위 저하, 빈번한 홍수, 장기적인 가뭄, 해당 지역의 물 부족을 가중시킨다. 빗물의 저류, 침투, 증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집중함으로써 지역에서 물을 가둘 수 있다.

가정과 기관에서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옥상정원, 오목 정원(sunken garden) 등을 통해 빗물을 받아 놓고 소순환을 촉진하는 시설을 늘려야 한다. 물의 소순환을 위해 전 세계 글로벌 액션플랜을 세워야 한다. “세계 70억 인류가 1인당 100t 정도의 물을 받는시스템을 만든다면 모든 물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크라빅 회장은 단언한다.

이런 물의 순환 플랜으로 지역의 물의 소순환을 포화 재생시킨다면, 변화하는 기후조건의 경향을 바꿀 수 있다. 즉 지역적인 온난화를 막고 극한기후 현상을 완화시키며, 지역 내의 물 저장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제 도시가 빗물의 스펀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물 순환기업, 지역 공동체, 지식기관, 개인 등 빗물 관리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빗물이 땅에 투입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특히 ‘빗물 관리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땅에서 빗물 관리 원칙과 영역별 역할이 필요하다.

물순환은 빗물로부터 시작된다. 물은 하천수와 지하수 같은 ‘보이는 물’이 있고 토양수, 식생수, 대기수와 같은 ‘보이지 않는 물’이 있다. 이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을 맞추면서 기후와 생태계를 유지하고 인류에게 용수를 제공해 왔다. 우리나라의 물 자산을 살펴보면 물관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물이 총 물 자산의 90%를 차지하고, 하천수는 약 65억t으로 총 물 자산의 2.7%에 불과하다. 연중 내린 빗물의 양 1,270억t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치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물을 잘 관리하면 생태계도 살아나고 도시의 침수 및 열섬현상 방지, ‘물의 소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온통 시멘트 포장으로 빗물을 보충하지 못해 지하수 수위는 점점낮아져간다. 지상 전역에서 골고루 수증기를 증발하여 소규모 구름을 만들어 다시 비가 내리는 순환적 시스템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과학계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글 | 이승은
서울대 공과대학 석·박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환경다큐멘터리 PD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저자, <EU 기후변화 정책의 이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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