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서울 강남보다 세련된 시골이 가능할까? 물론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룻밤 숙박에 1~2천만 원 하는 가장 세련된 호텔은 서울이 아니라 울릉도에 있다. 2019년 1월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잡지 월페이퍼는 올해 최고의 디자인 호텔로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를 꼽아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한국 최고의 호텔이 서울이 아니라 울릉도에 있다니.
아직 많은 한국인들이 울릉도에 가보지도 못한 상태다. 울릉도는 배로만 갈 수 있어 일단 접근이 힘들다. 태평양에 접한 동해는 잔잔한 적이 거의 없어 큰맘 먹고 울릉도 뱃길 여행에 나선 사람들에게 뱃멀미를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는 이처럼 고통스러운 뱃멀미에도 불구하고 최근 멋쟁이들의 버킷리스트 최상단에 올라있다.
사람들이 코스모스리조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김찬중 건축가의 탁월한 디자인 감각 때문이다. 김찬중 건축가는 고려대를 거쳐 미국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공부했고 경희대에 재직하며 ‘The System Lab’을 운영한다. 영국 건축디자인 잡지 월페이퍼는 이미 2017년 세계의 주목할 만한 건축가 리스트 20인에 김찬중 건축가를 올렸다. 김찬중 교수와 ‘더 시스템 랩’은 단 하나의 건물로 울릉도를 세계인들의 꿈의 여행지로 만들어놓았다. 김찬중 건축가는 독도에도 멋진 호텔을 만들어 사람들이 울릉도보다 더 긴 뱃멀미를 감수하면서도 독도를 찾아 우리나라가 실효적 지배하는 유인도 독도가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김찬중 교수는 다시 우리에게 울산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밑 옹기마을을 주목하게 한다. 옹기마을은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옹기 즉 항아리의 50% 이상을 공급해오던 곳이다. 그러나 항아리의 수요 감소로 공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80여 가구가 살던 옹기마을은 현재 20여 가구만이 남았다. 우리나라 평균적 시골 마을의 인구 감소 속도를 압도하는 충격적 수준이다.
울주군은 옹기마을을 살리기를 위한 프로젝트로 공모전을 열어 2021년 8월 8일 김찬중 교수의 작품 ‘Circular Lamp’를 선정했다. 김찬중 교수는 옹기마을 중심에 광장 또는 마당을 만들고 중심 마당 주위의 건물들과 도로 위 전체를 파도치듯 유려한 거대 구조물로 덮어 하나의 형태, 일명 ‘Circular Lamp’로 만들 예정이다. 이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퇴락해가던 옹기마을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핫 플레이스 중 하나로 변할 것이다.
먼저 김찬중 교수가 이끄는 서울 ‘더 시스템 랩’의 주도 아래, 여러 기업과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문대학 중 하나로 급부상한 UNIST 울산과기대 교수들이 가세한다. BKID 송봉규 대표, ARCHETYPE 배용식 대표, KOA 유동주 대표, UNIST의 김황 교수, 이승호 교수가 합세하여 옹기마을의 주민, 울산시 공무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새로운 서비스와 마을 운영모델을 설계한다.
더 시스템 랩은 9개월간의 실시 설계 이후 2022년 상반기 중 첫 삽을 뜨게 된다. 2024년이면 우리는 배를 타지 않고 자동차로 김찬중 교수가 디자인한 옹기마을에서 특별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마을 주변에는 최근 폭발적 인기인 대규모 캠핑장이 들어선다. 마을을 지나는 폐기찻길 터널에는 옹기를 이용한 발효 막걸리, 피클, 와인 등이 만들어진다. 마을 옆 언덕에는 계단식 논이 마을 사람들의 텃밭이자 자연 학습장으로 시도된다. 전국에서 몰려든 캠퍼들이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저녁에는 중심 마당에 모여 폐기찻길 터널 속 옹기에서 숙성된 막걸리나 와인을 마시며 콘서트를 즐길 수 있게 된다. 퇴락해 가는 울산 옹기마을이 서울 강남보다 세련된 문화 마을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는 경기도 파주에 헤이리 문화 마을을 만들어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헤이리의 아쉬움은 김언호 대표가 꿈꾸었던 문화 마을의 이상이 배타적 운영 규칙에 의해 그 파급력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찬중 건축가의 울산 옹기마을은 모든 능력 있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미국과 같이 개방적 모습을 표방하고 있다. 여기에 명문대학 UNIST도 가세한다.
김찬중 교수의 멋진 그림이 꼭 성공해 우리나라 지방 도시들에도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 강일모
경영학 박사, 국제예술대학교 총장 역임, 차의과학대학교 상임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