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반反한 춤과 노래

[아츠앤컬쳐] 사람들은 흔히 하나의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라리 반대의 것을 택한다. 이러한 성질은 정서를 행동의 우위에 두고 살아가는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다. 기쁨이나 고통, 고마움이나 배신감, 사랑이나 증오 같은 감정을 둘러싼 각각의 정서적 개념은 그 의미의 반어적 개념을 갖는다.

사람들은 종종 반어적 개념을 이용하여 정서의 가파른 골짜기를 넘어 양지로 나아간다. 이러한 행동양식은 부정적 경향이 깊을수록 더욱강하게 반영되는데, 때에 따라서는 정서를 순화하는 춤과 노래가 슬픔을 이기려는 의지에 반영 되기도 한다. 그 예로 유대인들의 모든 절기와 명절을 장식하는 노래 ‘하바 나길라’를 들 수 있다.

유대인들은 호라(hora) 춤을 추며 ‘하바 나길라’를 열창한다. 우리나라의 강강술래와 같이 여럿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발을 구르는 호라 춤과 ‘하바 나길라’는 그들에게 기쁨과 축하, 화합을 의미하는 가장 완벽한 예술적 표현이다. “우리 모두 기뻐하자”란 의미의 ‘하바 나길라’는 현대적으로 표현된 최초의 히브리 민요로서 이스라엘의 재 건국을 둘러싼 유대인의 눈물과 땀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대인들은 2천 년간 세계를 표류하던 이산(離散)의 고통과 유대인 학살 등 민족적 억압을 딛고 다시 밟은 그들의 땅에서 인내의 시간을 이겨냈다. 1948년 재 건국 후 불굴의 의지로 사막의 불모지에 꽃을 피워낸 그들에겐 흥과 기쁨을 돋우는 공동체의 노래 ‘하바 나길라’가 있었다.

유대의 전통민요 ‘하바 나길라’의 선율이 넓은 세상으로 나온 것은 20세기 초 아브라함 츠비 아델손(Abraham Zevi Idelsohn)에 의해서이다. 히브리 대학의 교수였던 그는 민속학자이자 음악가로 활동했으며 유대 민속음악 수집과 기록에 큰 열정을 보였다. 특별히 그는 유대 선율 ‘니군(nigun)’에 심취하게 되는데 이는 종교적 성악곡의 일종으로 본래 뜻은 가락이나 선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니군’은 기도나 성서의 구절과 반복적 낭송구를 지닌 느린 애도가나 격렬한 송가 형식으로 즉흥 연주가 동반된다. 아델손은 우크라이나에서 채집한 유대 니군 한 가락에 히브리 가사를 붙여 ‘하바 나길라’를 작곡하는데 공동체의 화합을 독려하는 반복적 가사와 동유럽풍의 대중적 단조가락이 어우러져 이스라엘 전역에서 인기를 끈다.

기뻐하라! 기뻐하라! 행복으로 기뻐하라!
노래하라! 노래하라! 행복으로 노래하라!
깨어나라! 형제들이여! 행복한 가슴으로 깨어나라!

이스라엘을 움직인 ‘하바 나길라’는 미국 포크송의 대부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의 카네기홀 실황 음반 <Belafonte at Carnegie Hall, 1959>에 실려 다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대중적 감각으로 서인도제도 및 세계민요들을 유행시켰던 그는 매 공연마다 ‘하바 나길라’를 열창함으로 그 어떤 유대인보다 유대 민속음악을 세상에 알렸다. 1967년에 데뷔한 네덜란드의 개버(gabber)밴드 파티 애니멀스(Party Animals) 역시 그들의 앨범 <굿 바이브레이션(Good Vibrations)>으로 유럽 시장에 ‘하바 나길라’의 열풍을 일으켰다. 곧 싱글로도 제작된 해피 하드코어 사운드의 ‘하바 나길라’는 골드 앨범으로 인증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하바 나길라’의 독창적인 매력을 세계에 각인시킨 가수는 코니 프란시스(Connie Francis)이다.

그녀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접속곡 ‘엑소더스/하바 나길라(The Exodus/Hava Nagila)’에 극적 파토스를 담아내며 원곡의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그 후에도 ‘하바 나길라’는 글렌 캠벨(Glen Campbell), 셀리아 크루즈(Celia Cruz), 스푸트닉스(The Spotnicks), 밥 딜런(Bob Dylan),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 등 세계 각국의 가수 및 밴드에 의해 연주되며 세계를 기쁨의 함성으로 물들였다.

“웃는 법을 모른다면 가게를 열지 말라(Don't open a shop unless you know how to smile).” 오랜 유대 속담은 이렇게 말한다. 이는 기쁨으로 고통을 이긴 자, 물을 길어 사막의 꽃을 피운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엄격에 반한 위트이다.

 

글 | 길한나
보컬리스트, 브릿찌미디어 음악감독,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stradak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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