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주말에 장보기를 하는 워킹맘들이 영수증 목록을 보며 몇 번씩이나 가격을 확인한다. 지난달 보다 부식비 지출이 상향된 가격 변동이 눈에 띈다. 이상기후로 기름의 주원료인 대두 생산이 급감했고, 우크라이나 침공 전운이 겹쳐 식용유 가격이 폭등했다. 전 세계 연쇄 작용으로 식당용 기름 값은 최대 84% 상승하였고, 자영업자들은 가격 인상밖에 답이 없다는 이유로 물가 인상의 바로미터인 라면과 짜장면 가격을 올렸다. 소비자 의지는 반영이 안 된 유기적 연결고리로 밥상머리 물가는 가계의 부담으로 안겨졌다.
라면이나 튀긴 과자의 성분표를 보면, 원재료 중 하나가 ‘팜유’이다. 팜유는 기름야자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으로, 식품뿐 아니라 비누, 립스틱에도 중요한 원재료이다. 바이오 디젤의 연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른 식물성 기름에 비해 같은 지배 면적에서 10배 정도의 양을 생산할 수 있어서 가격도 싸고, 효용도 좋고, 산패가 잘 되지 않아 보존성도 좋다. 그러나 팜유의 건강 영향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환경적 악영향은 그동안에도 신랄하게 지적되어 왔으며,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이라면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기름야자나무는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으며 축축한 기후조건에서 잘 자라는 조건이다 보니 열대우림이 천혜의 서식지이다. 팜유의 세계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올해 팜유 가격이 50% 이상 오르자 이달 팜유의 내수 공급 의무비율을 20%에서 30%로 올리고, 수출세를 대폭 인상해 수출 자제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의 일부 마트에서는 식용유가 동나고 개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은 열대우림(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들어가 숲을 태우고 개간해 기름야자나무를 심었다. 완전히 성장한 야자나무의 경우 1ha당 20t의 팜유를 생산하는데, 키가 너무 커지면 수확이 불가능하므로 수확 후 다시 베어내고 새로 심는다. 팜유가 돈이 되면서 무분별하게 열대우림을 훼손한 결과 토지 황폐화, 생물의 다양성 감소, 멸종위기 종들의 서식지 파괴, 탄소흡수기능 저해, 태우는 과정에서 수질 및 대기 오염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수많은 환경문제를 야기시켰다. 더불어 아동노동과 강제노역이 끊임없이 발생하여 인권침해 문제도 드러났다.
자본의 힘이 발휘되는 투자사들의 경우에도 팜유뿐 아니라 소고기, 펄프와 종이, 고무, 콩, 목재와 같이 산림 벌채를 유발하는 상품에 대한 자금 조달을 제한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올해 3월 기업들에게 “산림 파괴, 생물의 다양성 손실, 해양 및 담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벌채 금지 정책 및 생물의 다양성 전략을 공표하라”고 요구하며 자연자본(Natural capital)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환경을 중심에 놓고 ESG를 공시하는 국가 중에서는 영국이 자연자본 회계기준을 만들고, G7 정상회의에서도 향후 10년 동안 생물의 다양성 손실을 막고, 자연에 관한 투자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자연을 훼손하는 활동을 제재를 가하는 정책과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하기로 합의를 도출해 냈다.
물가 상승의 바로미터 짜장면... 주말에 가끔 시켜 먹는 짜장면 가격이 올랐다. 기후 위기로 인한 생산량 감소,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차질, 식용유 가격 인상, 식료품가격 인상...
언제나 재난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하나의 문제로 모든 걸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른 문제로 책임을 전가하기 쉽고, 핵심 쟁점은 흩어진다. 인류의 생존은 지구 생태계와 친밀한 유기체임이 증명된 팩트다.
글 | 이승은
서울대 공과대학 석·박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환경다큐멘터리 PD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저자
<EU 기후변화 정책의 이해>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