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오랜만에 온전히 하루의 쉼이 주어졌던 지난주 목요일, 무심히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시청했다. 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 중동과 동아시아까지 폭염으로 펄펄 끓고, 곳곳에서 최고기온 40°C를 넘어 기록을 경신한다는 소식이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서유럽에서는 폭염으로 포루투갈, 스페인, 프랑스 일부지역에 산불이 발생하고, 이탈리아의 기록적인 더위는 마르몰라다 빙하의 일부를 붕괴시키는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눈과 얼음, 암석이 쏟아져 11명의 등산객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진다. 영국 기상청은 런던지역에 ‘적색 폭염경보’를 발령했고, 북아프리카 튀니지는 산불로 농작물의 피해가 심각해서 빈곤의 고통이 가중되었다. 이란은 52°C가 넘었고 중국에서는 아스팔트가 휘고 녹아내려 교통이동이 중단되었다는 뉴스... 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다.

2018년 여름 폭염으로 사망자의 통계가 조사된 이후 우리는 또 다시 극한 폭염으로 발생되는 부차적 재난에 긴장의 수치가 높아가고 있다. 이런 뉴스는 개인의 휴식권을 침해할 수 있다. 헌법에 명시돼 있는 ‘행복 추구권’은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 기후위기의 시계는 광폭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 24살 이하는 처음 겪는 세계사적 사건’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뜬다. “미국은 41년, 독일은 49년 만에 물가상승 최고치를 찍고, 우리나라도 전년 대비 6%가 상승했으며, 이는 외환위기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다른 나라들보다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은 현재 상황도 중요하지만 향후 기대 인플레이션도 각 경제 주체의 소비, 저축, 투자 등에 직접 영향이 미치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작금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적인 문제일까? 일시적인 문제일까?’에 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하버드 래리 서머스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이미 지속적인 문제가 됐으며, 재정정책과 통화 정책 모두 인플레이션 억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발생과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문제일 뿐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성급하게 나서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들의 불꽃 튀는 논쟁 파티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후유증으로 떠넘기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정권이 바뀐 다음 풀어야할 1순위 과제가 경제 침체와 물가 안정이라는 난제에 부딪혔다.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국정 운영의 실력 평가가 될 것이다. 첫 번째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우리는 멈춰야 한다는 걸 이미 지난 경험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쟁의 도미노에 대한 우려다. 밀가루부터 삼겹살까지 장바구니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는 건 기후위기와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지표가 출렁이게 된 것도 영향이 크다. 국제 곡물가와 유가, 비료값 폭등에다, 30년간 유지되어 온 세계화가 글로벌 공급 마비와 신냉전 전 구도가 끝나면서 ‘저렴한 식량’ 시대가 마감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식량위기”에 접어들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했다. 코로나 이후 식량 수출을 제한한 국가도 30곳이 넘는다. 식량 무기화 시대에 우리 식탁은 무방비 노출 상태다.

전쟁은 생산과 공급, 유통의 치명적인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겪는다. 에너지 공급망의 균형이 깨져 세계는 에너지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에너지의 불똥은 유럽 여러 나라들의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에너지 전기세의 상승은 실물 경제에 민감하다. 탈원전의 독일, 원전의 공급망을 늘리는 프랑스에서도 다시 화석연료에 눈을 돌리는 정책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사의 로드맵을 다시 써야 할지 모르는 혼돈의 시대다. 과연 난세에 영웅이 있기는 한 것인가. 영웅은 아니라도 현명한 지도자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 아니길 바란다.

 

이승은
이승은

글 | 이승은
서울대 공과대학 석·박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환경다큐멘터리 PD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저자
<EU 기후변화 정책의 이해> 저자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