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행복세상의 메신저
[아츠앤컬쳐] 누구나 ‘내 생애 가장 갈급한 소원’ 하나씩은 품고 산다. 대개는 큰 뜻을 품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대의적인 행보와는 거리가 있다. 한 설문조사에선 시급한 소원의 순위가 취업, 경제력, 건강, 가정의 화목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인생의 적지 않은 비중이 ‘돈’과 직결된 것이 현실인 셈이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하나, 다양한 관점에서 개인의 생활적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은 공통점일 것이다. 만족스러운 영위와 영달을 갈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운’을 좇는 기대심리를 그림으로 표현한 사례 역시 매우 유사하다.
이라금 작가의 그림은 ‘지금까지 보다, 지금부터 더 나은 삶을 희망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가족의 건강과 화목, 개인의 입신양명, 길흉화복 등 신체보다 정신적 건강을 기대하는 일종의 기복신앙 역할을 했던 옛 그림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겉보기엔 전통적 민화나 채색화 형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림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들은 사방의 사신도(四神圖), 승천하는 용(龍), 십장생이나 호랑이, 신비로운 기린 등이다. 이미 그 소재들의 익숙한 역할이 바로 개인이나 가정에 ‘상서로운 기운’
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길상화(吉祥畵)이다.
가령, 만족이나 자족감을 뜻하는 제목의 <Contentment> 작품엔 화려한 꽃에 둘러싸인 호랑이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빨려들 것 같은 호랑이의 선한 눈빛이 참으로 매력적이고, 금빛 보석구슬이 열린 붉은 색 꽃들 주변엔 나비와 벌이 날아들었다.찬찬히 바라보고 있으면 부귀·영화·출세·다산·재물·행운·건강·평안·기쁨·화합 등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모든 길운들이 포함되어 있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호랑이와 유사한 표범을 소재로 한 <Origin> 시리즈도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다. 바탕화면과 한 몸처럼 스며든 표범의 얼룩무늬 표현은 더욱 독창적이고 현대적 미감을 지녔다. 원초적 욕망, 생명력의 탄생과 지속 등을 이라금 특유의 감성으로 표현한 듯하다.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가장 잘 살린 예로 민화가 꼽힌다. 민화는 조선시대 사대부 규방문화에서 서민의 장식용까지 폭넓게 사용되었다. 특히 민화의 구성요소는 현대사회에서도 그 조형적 아름다움을 인정받는다. 단순히 조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제각각
의 소재들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 스토리텔링도 한몫한다.
이라금 그림의 시그니처로 여겨질 만한 소재는 기린(麒麟)이다. 슬기와 재주가 남달리 뛰어난 젊은이를 일컬어 ‘기린아(麒麟兒)’라고 여기듯, 기린은 매우 귀한 상상 속 동물로 여겨진다. 작품<Kirin>처럼,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초원을 걷는 기린’이 아니다. 용(龍)의 인상과 자태이면서, 사자의 갈기를 지녔고, 선한 이미지를 풍기는 초식동물도 연상시키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이처럼 자주 등장시키는 ‘기린도’는 이라금 작가가 가장 애용하는 중점적 소재이다. 이는 ‘기린의 출현으로 더 나은 세상이 되어 모든 이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천상의 기린이 이 땅에 출현하는 모습으로 구름은 여의문의 모티브인 영지를 구름으로 표현해 신비로움을 더한 예도 있다.
태극의 회돌이로 암수가 어우러진 봉황의 춤사위 작품 <花>는 비견할 상대가 없는 격조를 발산한다. 이렇듯 새로운 방식으로 전통회화의 난해한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라금의 ‘현대길상화’는 일상의 삶에 지친 우리에게 행복의 에너지를 나누고 싶은 선물이다. 이라금 개인전은 대구 갤러리미르에서 이달 30일까지 진행 중이다.
작가소개 | 이라금(1964~)
작가는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우전자중앙연구소 디자이너와 (주)신승 디자인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특유의 디자인적 감성으로 한국 전통회화의 채색화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현대길상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는 다중지능교육평가원 원장으로 대전대학교, 대전평생교육원, 청소년연맹 등에서 지능과 적성 상담교육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이미지로도 매우^^
멋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