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simir Malevich.1915 캔버스에 유채,79.5×79.5cm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Kasimir Malevich.1915 캔버스에 유채,79.5×79.5cm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아츠앤컬쳐] 2019년 9월,

나는 절대주의(Suprematist) 예술이념을 완성한 카지미르 말레비치Kajimir Malevich의 대표작 <검은 사각형Black Square>을 백색 공간 안에 시간을 담아낸 형태의 움직임으로 구성하여 발표했다. 내가 그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작품의 가치가 1조 원이 넘는다는 평가보다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검은색 사각형 안에 무엇이 담겨 있기에 이토록 유명할까? 하는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그가 1912년에 기존의 구체적이었던 그림의 개념을 거부하고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를 따르는 '절대주의' 예술이념을 선언하고서 완성한 검은 사각형은 하나의 우주. 세상의 시작과 끝을 담아낸 거대한 사각형의 블랙홀이었다. 나는 그의 우주를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였고 결과적으로는 그것의 완벽한 표현이 불가능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말레비치의 우주. 그가 완성한 검은 사각형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흡수하듯 자신의 영혼을 가둬 둔 검은 상자였으며 인간 감정의 근원인 슬픔을 검정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이 세상에 알려지고 몇몇의 미술사학자들이 그 그림을 연구해보니 그가 완성한 검은색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선과 면, 그리고 색채 모두를 흡수한 검정, 세상의 모든 빛을 모두 다 흡수해버린 검정, 미학적 범주를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무장되어버린 완벽한 감정의 색, 검정을 담아냈기 때문으로 해석 불가능한 것이었다.

2015년 '검은 사각형' 발표 100주년을 맞이해 X선을 이용한 조사를 진행하였고 그림 바닥에 그려진 글귀와 스케치를 확인하였는데 그것은 인간의 눈으로는 파악될 수 없는 완전한 블랙을 만들기 위한 말레비치의 생각과 철학이 그리고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내장된 노력의 흔적으로 해석되었다고 한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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