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의 아름다운 출사지

박성배, 백양사 쌍계루 24mm  F11.0  0.5s  ISO 200
박성배, 백양사 쌍계루 24mm  F11.0 0.5s ISO 200

 

[아츠앤컬쳐] 20세기를 빛낸 사진가, 안드레스 파이닝거(Andreas Feininger)는 “좋은 사진을 만든다는 것은 피사체에 대하여 진지한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그저 그런 흔한 단풍사진을 벗어나려면, 자연과의 진지한 교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을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을 하나만 꼽는다면 ‘내장산국립공원’이다. 전라남북도 2개의 도에 걸쳐 있는데, 전북 정읍의 <내장사>와, 전남 장성의 <백양사>는 <단풍 출사 1번지>로 손색이 없다. 무려 500여 년 전부터 단풍의 명소로 알려졌을 만큼 추색(秋色)이 아름답다.

<내장사> 단풍의 하이라이트는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단풍터널이다. 단풍나무 108주로 불교의 108번뇌 의미로 조성된 만큼, 명상이 가능한 가을 색을 담아보자. 또 다른 명소는 ‘우화정(羽化亭)’이다. 호수 가운데 단풍이 붉게 물든 사이로, 파란 지붕의 우화정이 반영되어 물안개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담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전망대에서 내장사 전경을 담아도 좋다. ‘가장 걷고 싶은 길’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백양사> 입구의 숲길은 봄엔 ‘벚꽃’ 길과 가을엔 ‘애기단풍’ 길로 넋을 잃을 정도다. 백양사 출사의 또 다른 백미는 ‘쌍계루’다. 앞에는 연못이 있고, 뒤로는 기암절벽 ‘백학봉’이 솟아 있다. 연못에 반영된 쌍계루와 가을 단풍을 초현실적으로 담아보자.

단풍사진을 잘 찍으려면 첫째, 시기와 시간대가 중요하다. 가을 단풍은 그해 기상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지역별, 수종별로 차이가 있다. 산림청(www.forest.go.kr), 기상청(www.kma.go.kr)을 참고하자. 단, 가을 단풍을 대표하는 주요 수종인 당단풍나무이 50%가 물든 시점을 기준으로 발표한다. 만약 수종이 다르고, 좀 더 붉은 단풍을 원하면 늦게(70% 절정) 출발하거나 현지상황(군청 홍보과)을 확인하자. 단풍은 시간대에 따른 ‘빛의 방향’과 ‘그림자’가 분위기를 좌우한다. 한낮은, 명암 대비가 강하고, 형태가 또렷하다.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는, 적절한 광량으로 색 계조가 다채롭다.

둘째, 역광 촬영은 측광모드에서 ‘스팟’을 설정한다. 강한 빛 대비로 단풍 본연의 색감과 잎 가장자리가 또렷하게 ‘스팟’ 측광 후 노출 값을 조절하여 역광으로 찍자. M(매뉴얼)모드는 노출을 플러스 보정한다. AV(조리개우선), P(프로그램)모드는 +1/3~1스톱 정도 밝게 촬영한다.

셋째, 아웃포커스를 활용하자.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거나(F값이 밝은렌즈 일수록 유리) 50mm이상의 망원렌즈로 찍자. 초점을 단풍에 맞춰 선명해 강조되고, 뒷피사체나 배경은 흐려진다.

넷째, 물의 반영을 활용하자. 바람이 불지 않아 물결이 없을 때 초점을 반영에 맞추고 조리개를 조여 심도를 깊게 촬영하자. 이때 광각렌즈를 사용하면 원근감이 강조된다. 좀 더 독특한 사진을 원하면 한 컷의 사진 안에 여러 장 겹쳐 ‘다중촬영’을 시도해 보자.

내장산 금선계곡에는 놀랍게도 290년 된 단풍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내장산의 대표 수종이자 상징 목(木)인데 오색으로 물든 가을 촬영이 가장 좋다. ‘애기단풍(당단풍나무)’은 유독 작고 얇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빛 투과가 좋아 색이 붉고 곱다. 사진작가들이 내장산 단풍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글 | 조아(조정화)
사진작가
현재, 월간중앙 <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저자
<photoschoolj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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