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um-shaw-unsplash
callum-shaw-unsplash

 

[아츠앤컬쳐] 우리나라 대표 과일 중의 하나가 사과이다. 주산지는 경북이며 영천시의 경우 2002년 사과 재배 면적이 972㏊였고, 생산량은 2만1781톤이었다. 하지만, 영천시 사과 재배면적이 2020년에는 662㏊로 32%나 줄었고, 생산량은 1만2576톤으로 42%나 줄었다. 그런데, 강원도 양구군의 통계를 보면 2002년 44.3㏊에 불과하던 사과 재배 면적이 2020년에는 4.4배인 196.3㏊로 늘었고, 생산량도 422.1톤에서 7.5배인 3165톤으로 크게 늘었다.

원인은 기후변화다. 사과 재배에서 가장 적당한 연평균 기온은 8~11도인데 영천시는 연평균 기온이 과거(1961~1990년 평년값)에 12.2도에서, 현재(1991~2020년)는 12.8도로 상승했다. 반면 양구군의 경우 현재(1991~2020년) 연평균 기온은 10도다. 영천시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사과 재배 최적 범위를 벗어났고, 양구는 최적 범위에 든다. 더욱이 사과 생육기의 평균기온은 15~18도가 적당한데, 영천시는 평년값(1991~2020년)으로 4~10월의 7개월 평균 기온이 19.6도이지만, 양구는 17.8도다. 이 역시 영천은 재배 적합지 범위에서 벗어났지만, 양구는 범위 안에 든다. 앞으로 사과는 강원도에서만 자랄 수도 있다.

사과 같은 과일뿐만이 아니라 바다 연안 어류들도 점점 북상하며 변화하고 있다. 동해안의 명태는 사라졌고, 울릉도에서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며, 제주 연안에서는 참치 같은 아열대성 어류가 잡히고 있다. 우리 곁에서 친근하게 같이 있던 것들이 사라지거나 적어지는 등 크게 변화하고 있다.

markus-spiske-unsplash
markus-spiske-unsplash

우리가 지금 같이 있는 것을 계속 곁에 두려면 탄소를 줄여야 한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탄소를 줄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개인탄소배출권은 탄소를 줄이는 기업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것과 같이 탄소감축에 직접 참여하는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서비스이다. 개인탄소배출권이 활성화되면 1년에 수 톤의 탄소를 국민 개개인이 감축할 수 있다.

지난해 독일은 기후위기 극복과 세계적 경제 위기 속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9유로(약 1만 3천원) 티켓 정책을 시행했다. 무려 5,200만장이 팔려나간 이 티켓은 버스, 지하철, 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독일의 전역을 이동할 수 있는 프리패스 티켓이다. 이를 통해 독일에서는 180만 톤의 탄소가 절감되었고, 이 기간 동안의 대기 질이 6% 향상되고, 화석연료 소비가 줄고 교통 혼잡도 원활해져서 약 3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했다고 한다.

도시 탄소감축의 핵심은 자동차 운행 감축이다. 통계에 따르면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의 70% 이상이 도시에서 발생되고, 그 중의 상당량이 자동차에서 발생된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자동차는 1년에 1.5톤에서 2톤 정도의 탄소를 배출한다. 산술적으로 10만 명이 자동차 운행을 50%만 줄여도 약 10만톤 정도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수도권 순수자가용이 933만대이다.

 

만약에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동차보험 할인, 쇼핑 할인, 포인트 지급 등의 혜택을 부여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증가할까? 개인탄소배출권에 부정적 의견을 가진 사람 중에는 “1년에 고작 몇 만원이나 10만 원 정도 밖에 안 되는 혜택을 받으려고 자가용 이용을 줄이겠어요?”라고 반문을 한다. 하지만, 적립된 개인탄소배출권이 여러 가지 포인트로 전환되어 자동차보험, 대중교통, 친환경 제품 구매, 친환경차 구매 등등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면 이것이 단순한 10만 원 정도의 가치일까? 거기다 매일 그 동안 탄소를 얼마나 감축했는지 알려주어 탄소감축 참여에 자부심을 줄 수도 있다. 개인탄소배출권은 개인의 탄소감축에 따른 혜택을 무수히 연계시킬 수 있고, 기업은 새로운 고객을 영입하여 신규매출을 창출할 수 있어 모두가 윈 윈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서비스이다.

개인탄소배출권은 자동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혜택을 부여해서 대중교통활성화와 탄소감축을 동시에 이루는 국민 참여 형 탄소감축 사업이자, 기후행동보상 서비스이다. 현재의 기후위기는 국가와 기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탄소감축 참여를 바라고 있다. 기업처럼 개인의 탄소배출도 관리하는 시대도 곧 올 것이다.

 

글 | 이승은
서울대 공과대학 석·박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환경다큐멘터리 PD
<기후변화와 환경의 미래> 저자
<EU 기후변화 정책의 이해> 저자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