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찰스 웨스트 코프(Charles West Cope)(1811~1890)는 영국 리즈(Leeds)에서 수채화가인 찰스 코프(Charles Cope)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으나, 벤자민 웨스트(Benjamin West)(1738~1820)와 조셉 터너(Joseph M. W. Turner)(1775~1851)가 절친한 친구였다. 벤자민 웨스트는 영국왕립예술원(Royal Academy of Arts)의 원장을 지낸 영국의 유명한 역사화가였고, 조셉 터너는 추상화에 가까워 보일 정도의 매우 독특한 낭만주의 화가로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알려져 있는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The Fighting Temeraire)(1839)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찰스 웨스트 코프는 당대 영국의 제조업자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리즈 출신의 존 쉽생크스(John Sheepshanks)(1787~1863)와 일찍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고, 그를 통해 조지 리치먼드(George Richmond)(1809~1896)와 리처드 레드그레이브(Richard Redgrave)(1804~1888)를 소개받기도 하였다. 조지 리치먼드는 영국의 초상화가이고, 리처드 레드그레이브는 영국의 풍경화가로서, 이처럼 찰스 웨스트 코프는 아버지와 지인들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젊은 시절 찰스 웨스트 코프는 런던 블룸스버리(Bloomsbury)에 있는 헨리 사스(Henry Sass)라는 학교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했고, 1828년 영국왕립예술원으로 학교를 옮겨 3년 동안 머물렀다. 1831년, 스무 살의 나이에 그는 파리로 가서 루브르(Louvre) 박물관에서 거장들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그곳에 전시된 베니스(Venice) 풍경에 매료되었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한다. 그는 2년 동안 베니스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는데, 이 기간 동안 그는 「어머니와 아이(Mother and Child)」(1852)라는 유명한 작품을 남겼다.
그림에서 젊은 여성은 헝클어진 머리를 한 아기를 사랑스럽게 안고 있다. 아이의 가운은 흘러내려 젊은 여성의 옷을 거의 덮고 있다. 한 손으로는 아기의 머리를 받치고 다른 팔은 아기를 꼭 안았다. 찰스 웨스트 코프는 로마 카톨릭 신자였기에, 해당 그림은 종교적인 주제와 함께 모성애를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종교적 관점에서의 어머니의 모습만 이상화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엄마와 아이 사이의 유대감에 대한 통찰력도 보여준다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사적인 순간의 친밀감에서 나오는 행복을 포착하는 그의 능력이 그림을 통해 투영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찰스 웨스트 코프의 그림은 가정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그림으로 기억된다.
한편, 예술가로서 어릴 때부터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던 찰스 웨스트 코프는 학생들의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던 어린 찰스 웨스트 코프는 결국 심한 구타로 팔꿈치가 부러져 평생 팔이 구부러진 채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과거 학교 폭력의 피해자 또는 제3자가 해당 폭력 사건 이후 수년이 지나고 해당 가해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는 한다. 이러한 소위 사적제재에 대해 우리나라 법원은 어떠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을까? 학교 폭력에 관한 사항에 관한 가해자 신상정보 공개에 대해 법원이 정확히 판단하여 의견을 낸 적은 없지만, 다른 유사 사건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확인할 수는 있다.
일단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피해에 대한 배상 내지는 가해자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사회적으로 알려지는 등 학교 폭력 사건 이후의 상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질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은 국가적ㆍ사회적으로 해결할 과제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형성될 수도 있다.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어떠한 사회적 문제 사실을 대중에 알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해당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해당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온라인 사이트 관계자에게 우리 법질서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의 범죄자 공개 제도와 관련된 법령에서 정하는 엄격한 수준의 절차 보장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법적 절차가 존재하지 않거나 불충분하다는 이유만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행위가 온라인에서 제한 없이 허용될 수도 없는 것이다.
신상정보 공개 행위가 사적 제재로 무분별하게 악용되어 법적 절차가 형해화되거나 개인의 법익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허용 범위의 한계를 판단할 때에는 개별 법령에서 규정하는 절차적 권리의 보장의 내용 및 그 취지를 참조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법령은 의무ㆍ채무의 이행강제나 국민의 알 권리 실현 등을 위해 행정상 공표 또는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대상이나 요건, 공개 정보, 공개 방법 등을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경우에도 사전에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사후 삭제가 가능하게 하여 대상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며, 심의위원회 또는 법원으로 하여금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여 결정의 객관성을 담보하게 함으로써 대상자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게 하거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상정보의 공개로 인해 훼손되는 인격권 등 침해의 정도를 살필 때에는 공개되는 신상정보가 극도로 내밀한 영역인지, 실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지와 같은 공개되는 신상정보의 내용, 특성이나, 공개의 목적과의 관련성을 고려할 수 있다.
'사람의 얼굴'은 개인을 식별하는 절대적인 요소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법령에 의한 얼굴 공개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얼굴 공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와 같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범죄라고 평가되는 혐의사실 또는 범죄사실에 국한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얼굴 공개 시 중대한 법익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혹시 다른 사람의 얼굴 사진을 범죄자의 사진으로 착각하고 공개한 경우에는 도리어 명예훼손 등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기도 하다.
글 |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변호사, 변리사
문화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