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존 앳킨슨 그림쇼(John Atkinson Grimshaw)(1836~1893)는 야행성 도시 풍경으로 가장 잘 알려진 영국 화가이다. 그는 1836년 영국 리즈(Leeds)에서 태어나 1856년 그의 사촌인 프란시스 허바드(Frances Hubbard)(1835~1917)과 결혼을 한다. 그림쇼는 영국의 철도 회사의 사무원으로 근무하다가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4살의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림쇼의 주요 영향은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에 있었다. 라파엘 전파는 무엇일까? 1848년 7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런던에 있는 존 에버렛 밀라이스(John Everett Millais)의 작업실에 모여 그룹을 결성하게 된다. 그들은 스스로 라파엘 전파라 이름 짓고 이를 PRB라 줄여 칭하였다. 밀라이스 외에도 윌리엄 홀만 헌트(William Holman Hunt),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 제임스 콜린슨(James Collinson), 조각가 토미스 울너(Thomas Woolner), 평론가 프레드릭 죠지 스티븐스(Fredric George Stephens)와 그룹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기록하는 로제티의 형제인 윌리엄 마이클(William Michael)이 참여하였다.
사실 영국의 산업화는 19세기 중반에 그 절정을 이룬다. 특히 런던은 당시 유럽에서 빈익빈 부익부, 즉 사회적 대비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도시 중의 하나였다. 사회를 급변하게 하는 산업화는 새롭게 떠오르는 중산층에게는 기회였지만, 노동자 계급과 농민에게는 빈곤과 가난을 초래하였다. 이에 라파엘 전파는 “초기 자본주의 사회인 영국에 새로운 예술”을 선사하자는 것을 창립 목표로 내세웠다. 그들에게 그림이란 더 이상 사회 특권층의 문화적 향유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중세의 종교화와 같이 일반 대중들에게 정신적인 안정을 전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라파엘 전파는 어릴 때부터 학습된 미술가를 반대하였다. 영국의 회화가 당시 귀족적 성향인 풍경화, 인물화에만 국한되어 있었는데, 라파엘 전파는 여기에서 일탈하여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주제를 그림에 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이에 초기 라파엘 전파는 산업화되어 가는 대도시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윤리적 가치관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 기계화되는 사회를 우려하는 의식을 심어준 것이다. 다만, 화가 개개인이 사회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기 부족했기에, 라파엘 전파의 초기 의지는 빠르게 퇴색하고 화가의 개인적 사고나 표현 전달 방법만이 새로운 사조로 유지되게 된다.
존 앳킨스 그림쇼도 라파엘 전파의 영향을 받아 그 그림 화풍에 충실한 화가 중의 하나였다. 정확한 색채와 조명을 활용하고, 생생한 사실감으로 풍경을 그렸다. 존 앳킨스 그림쇼는 계절이나 날씨의 대표적인 유형을 그림에 담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특히 보름달이 나오는 그림이 다양하다. 그림쇼의 《웨스트민스터의 템즈강과 달그림자 (Reflections on the Thames, Westminster)》(1880)을 보면 밤늦은 시간이지만 보름달이 떠 있어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런던의 유명한 빅 벤(Big Ben)이 훤히 보인다. 물에는 보름달 그림자가 비치고, 도시 야경을 감상하는 사람들과 강아지가 눈에 띈다.
그런데 보름달이 뜬 밤늦은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틈을 이용해 절도를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에도 절도로 인해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용역경비업, 공동주택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인 피고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아파트의 거주자로서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약 10일 동안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원고가 집을 비운 사이 절도범이 잠겨 있는 아파트 현관문 자물쇠를 도구를 이용하여 파손한 후 침입하여 원고와 그 가족들 소유의 고급 귀금속류를 절취하였다.
그리고 절도범의 신원이나 인원수, 위 주택에 침입한 구체적인 시간, 그 침입경로나 방법 등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경비용역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 또는 사용자로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에 기하여 이 사건 도난사고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사실 관계를 살펴본 결과, 추석 연휴에는 택배를 배송하는 사람들이 너무 자주 출입하다 보니 해당 피고 회사 소속의 경비원들이 추석 연휴 며칠 전부터 현관 출입문의 보안시스템을 해제하여 출입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자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인정되었다.
다만, 법원은 설령 해당 아파트의 보안시스템을 임의로 해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절도범들이 경비원들에게 택배원이라고 거짓말하고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경비원들은 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해당 절도범들을 택배원으로 착오하여 잘못 확인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결국 절도범들이 출입하게 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경비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출입카드를 이용하여 출입하는 입주민들과 함께 현관문을 통과하는 방법 등으로 절도범이 현관 출입문을 통과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하였다. 이에 추석 연휴 며칠 전부터 현관 출입문의 보안시스템을 해제한 피고의 행동이 해당 도난사고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요건으로는 ① 불법행위, ② 위법성, ③ 고의과실, 그리고 ④ 불법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사건에서는 관리업체가 일정 기간 동안 보안키를 해제한 과실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과실과 고급 귀금속류 도난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글 |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변호사, 변리사
문화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