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의 아름다운 출사지
[아츠앤컬쳐] 꽃은 2억 년을 버텨온 생명의 정수이자 지구 생태계를 지탱해온 주역이다. 탄생에서 소멸에 이르는 전 생애를 한 계절에 응축한 꽃은 그 자체로 숭고한 존재의 상징이다. 1830년대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가 ‘포토제닉 드로잉’으로 그 실루엣을 기록했듯, 꽃은 사진술의 태동기부터 주요한 피사체였다. 작가들이 꽃에 매료되는 이유 중 하나는 찰나의 생명을 영원히 붙잡으려는 사진의 속성이 꽃의 생애와 닮았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 끝자락에 피는 동백은 삶과 죽음의 에너지를 동시에 발산하는 특별한 소재다.
국내 동백꽃 명소는 저마다 다른 미감을 지닌다. 제주 남원 동백은 기하학적 조형미를 보여준다면, 강진 백련사는 야생의 생명력을, 여수 오동도는 깊은 명암 대비를 선사한다. 거제 지심도는 원시림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부산 동백섬은 차가운 마천루와 유기적인 꽃의 결이 대비되는 현대적 풍경을 제공한다. 동백꽃을 촬영할 때, 작가는 자신이 담고자 하는 장면에 맞춰 장비와 설정을 세심하게 선택해야 한다. 망원 렌즈는 꽃의 단독자적 면모를 부각하고, 매크로 렌즈는 미세한 수술까지 포착해 생명력을 극대화한다. 광각 렌즈는 숲의 서사를 한 화면에 담기에 적합하다. 또한 노출을 -0.3에서 -1.0 EV 정도 낮추면 색의 포화를 막아 묵직한 색감을 살릴 수 있으며, 화이트 밸런스를 5000K 전후의 차가운 톤으로 설정하면 겨울 공기의 질감과 붉은 꽃의 극적인 대비를 완성할 수 있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처럼 애절한 서사를 품은 동백은 꽃송이 채 떨어지는 ‘낙화의 순간’에서 미학적 정점을 이룬다. 임근수 작가는 나무 위 화려함보다 땅 위로 투신한 뒤 비로소 완성되는 동백의 운명에 주목한다. 어두운 시멘트 바닥에 낭자한 붉은 꽃송이들은 숭고한 희생의 흔적처럼 묵직한 울림을 주며, 특히 3월의 길목에서 촬영한 그의 프레임은 3·1절의 기억과 겹쳐져 깊은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여기서 동백의 붉은색은 뜨거운 생명력의 상징이며, 죽음으로써 생의 강렬함을 증명하는 그의 작업은, 동백 특유의 아우라를 통해 보는 이를 정제된 슬픔과 직면하게 만든다. 결국 동백의 낙화는 소멸이 아니라, 가장 찬란한 순간에 자신을 던져 완성하는 ‘완결된 생’의 정점이라 말하고 있다.
글 | JOA(조정화)
사진작가
현재, 월간중앙 <JOA의 핫피플 앤 아트> 연재 중
<그래서 특별한 사진읽기>저자
photoschooljo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