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_Hieronymus Bosch(1450~1516경 추정)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_Hieronymus Bosch(1450~1516경 추정)

[아츠앤컬쳐]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1450년경~1516)는 1450년경 오늘날 네덜란드의 스헤르토헨보스('s-Hertogenbosch)에서 태어나 1516년에 생을 마감한 초기 네덜란드 화가이다. 본명은 예로니무스 안토니스존 판 아컨(Jheronimus Anthoniszoon van Aken)으로, 활동하던 도시 이름을 따서 ‘보스(Bosch)’라는 예명을 사용하였다. 그의 가문은 여러 세대에 걸쳐 화가를 배출한 장인 집안이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미술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당대에 이미 지역 사회에서 명망 있는 화가로 인정받았고, 성모 마리아 형제회(Illustrious Brotherhood of Our Blessed Lady)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종교적 네트워크 속에서 후원을 받았다. 성모 마리아 형제회는 당시 스헤르토헨보스에서 설립된 가톨릭 단체로,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과 자선, 종교 의례의 후원을 목적으로 활동하였다. 지역의 유력 시민과 성직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했으며, 종교 행사와 예술 후원을 통해 도시의 신앙과 문화를 이끄는 역할을 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역시 이 형제회의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사회적 명성과 신뢰를 얻었다. 성모 마리아 형제회의 정회원이었다면 일반적으로 종교적 교리에 충실하고 비교적 보수적인 종교화를 그리는 화가였을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전통적인 경건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인간의 욕망과 타락, 지옥의 형벌, 기괴한 환상적 존재들을 전면에 내세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쳤다. 즉, 형식적으로는 종교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표현 방식과 이미지 구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파격적이고 상징적인 화면을 통해 기존의 통념을 넘어서는 그림을 주로 제작하였다.

그의 작품은 중세 말기의 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지옥과 악마, 기괴한 혼종 생물, 인간의 죄악과 타락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독창적 상상력으로 유명하다. 특히 《쾌락의 동산(The Garden of earthly delight)》(1450~1516년 작품 추정)과 같은 제단화는 인간의 창조, 타락, 지옥의 형벌을 극적인 이미지로 펼쳐 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쾌락의 동산》은 삼면화 형식의 제단화로서, 왼쪽 패널에는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창조되는 장면이, 중앙에는 나체의 인물들이 기묘한 풍경 속에서 향락을 즐기는 모습이, 오른쪽에는 기괴한 형벌이 펼쳐지는 지옥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세 장면은 인간의 순수에서 타락, 그리고 심판에 이르는 과정을 서사적으로 보여주며, 환상적이면서도 도덕적 경고를 담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은 도덕적 교훈과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장면으로 가득 차 있어 후대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생전에 국제적 주문을 받을 만큼 명성을 얻었으며, 사후에도 수수께끼 같은 상징과 해석의 다양성으로 인해 끊임없이 연구와 재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후대 사람들은 그의 기이한 상상력과 파격적인 화면 구성 때문에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종종 ‘괴짜 화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옥과 악마, 기묘한 혼성 생물을 집요하게 묘사한 작품 세계가 당대의 전통적 종교화와는 다른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Visions of the Hereafter_Hieronymus Bosch(1500)
Visions of the Hereafter_Hieronymus Bosch(1500)

괴짜는 어떠한 의미일까? 괴짜는 말이나 행동, 사고방식이 일반적인 기준이나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특이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 남들과 다른 기행이나 엉뚱한 면모를 보일 때 사용되며, 상황에 따라 부정적 의미(이상한 사람)로도, 긍정적 의미(개성 강한 사람, 천재적 인물)로도 쓰인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괴상한 짓을 잘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어, 해당 어휘를 부정적인 의미로만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괴짜’라고 부르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모욕죄가 될 수 있을까? 정확하게 ‘괴짜’에 대한 판결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유사한 다른 사건을 통해 모욕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다.

우선,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다.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관된 방향성이다.

다만 어떤 발언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위법성이 조각되면 무죄).

A는 B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의 특정 카페에서 다른 회원을 강제탈퇴시킨 후 보여준 태도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자승자박, 아전인수, 사필귀정, 자업자득, 자중지란, 공황장애 ㅋ”라고 댓글을 게시하였다. 법원은 A의 댓글 게시 경위, 댓글의 전체 내용과 표현 방식, 공황장애의 의미(뚜렷한 근거나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공황 발작이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병) 등을 종합하면, A가 댓글로 게시한 ‘공황장애 ㅋ’라는 표현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기는 하나,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모욕죄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공황장애 ㅋ’는 모욕적인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모욕죄가 아니라는 결과이다.

한편, 기자 C가 작성한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핫이슈’ 난에 게재되자, D는 “이런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게시하였다. 대법원은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나, 댓글의 내용, 작성 시기와 위치, 위 댓글 전후로 게시된 다른 댓글의 내용과 흐름 등을 종합하면,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였다. ‘기레기’는 모욕적인 표현이지만 해당 상황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라는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괴짜’라는 표현은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므로, 반드시 모욕적인 표현으로 판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모욕적 표현으로 보더라도, 전체적인 논의 맥락 속에서 타당한 근거에 기반해 자신의 판단이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면, 주로 상대방의 행위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담고 있고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점을 들어 ‘괴짜’라는 표현이 항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표현의 의도와 맥락, 대상과 정도에 따라 모욕죄가 성립할 수도 있고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글 |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변호사 / 변리사 

<그림 따지는 변호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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