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의 특성
[아츠앤컬쳐] 한국미술의 세계화 및 세계시장에서의 브랜드화가 절실한 때이다. 한국의 미술품은 해외에서 작품성은 인정을 받는 편이나 해외에서의 전시 경력 부족으로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새로이 부상하는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의 컬렉터들은 세계미술시장에서 검증된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해외에 나가서 직접 구입하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
런던 골드스미스대학 교수 제럴드 리드스톤Gerald Lidstone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술품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미술품에 대한 애정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계미술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국미술을 향해 흔들리게 하고 애정을 생성시킬 것인가? 우선 지속적으로 한국미술이 해외시장에서 전시되고 미디어에서 이슈화되어야 한다. 한국미술시장보다 더 오랜 시간에 걸쳐 성숙한 현재 미술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마켓에서 한국미술을 더욱 널리 알리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심층적으로 지금의 미술시장을 이해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술시장은 물류시장이나 주식시장처럼 철저히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미술시장의 독특한 점은 일반 상품과 다른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미술품을 거래한다는 것이다. 미술품은 전시라는 특수한 매체를 통하여 작품을 소개하고 브랜드화하는 나름의 유통질서를 갖고 있다. 미술시장은 미술작가, 갤러리(딜러), 경매회사, 미술관, 컬렉터, 온라인 마켓 등에 의해 유기적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인다. 오늘날 미술시장은 그 특성에 있어 신자유주의 시장을 뒤따르고 있다.
순수 창작 행위의 결과인 미술품을 거래품목으로 편입시켜 이해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 그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미술품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입장에서 볼 때 미술품이라는 상품이 가지는 독특한 가치로 먼저 희소성을 들 수 있다. 미술품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일반 상품들과 차별화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해진다. 미술작품은 예술작가가 자신만의 영적, 개념적, 기술적, 또는 그 이상을 오롯이 담아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일반 상품과는 차별화되는 가격 체계로 가치가 측정된다.
작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미술품의 가치에 주목한다. 세상에서 유일한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사회적 지위와 미적 가치, 투자적 가치를 얻게 된다 . 미술품을 구체적인 물건으로 취급하기보다는 사람에 유용한 행위의 결과인 서비스, 즉 무형의 도상적 가치를 지닌 재화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미술품은 작가의 명성, 사회 조류와의 관계, 작가의 사회적 인지도, 도상적 가치의 신선함 등과 같은 신뢰성에 의해 형성되므로 기술력과 기업 이미지 등과 같은 사회적 인지도로 평가되는 상품과 다르다 .
미술시장 분석가인 Clemens-August는 미술품이 다음과 같은 이중적 본질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미술품은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전달되는 예술적 사상, 곧 미학적 또는 철학적 정보 내용이 예술작품의 본질을 규정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림이나 텍스트 또는 조각 등의 형태로 어떤 구체적인 물적 형상 속에서 존재하여 상품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경제학적으로 미술품이란 미적 효용을 주는 소비재의 역할과 일정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미술품은 그 가치가 애호가들이 판단하는 주관적 선호에 의해 결정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자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 미술품은 경제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요인도 포함하는 이중적인 본질을 갖는 재화로서 분석되어야 한다. 20세기 영국 문화이론가 Raymond는 미술품 시장이야말로 창작과 감상의 이상적인 동기 및 판매와 소유의 인간사회적 동기가 복합된 전형적인 장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 예술적 정보내용은 본질적으로 경쟁을 하지 않는 상품이다.
미술시장에서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는 경제적 원리에 충실하다. 미술품의 가격은 소비자의 가치판단에 의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지점에서 상대적으로 형성된다. 이는 작품의 희소성과 소장한다면 얻게 되는 사회적 지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측정된다. 또한 작품 가격은 미술품이 보유하고 있는 내적 요인인 크기, 주제, 재료, 색 등과 외적 요인인 작품의 상태, 출처와 과거의 소장가와 전시 장소, 전문가 의견, 기술적 테스트 등이 적혀있는 프로비넌스provenance, 진품 여부, 과거의 매매가 등에 의해 결정된다.
미술품의 매매는 작품이 오가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 작품에 내포된 여러 가지 추상적 의미의 이동으로 볼 수 있다. 즉, 작품에 포함된 작가 고유의 창작성과 비평, 이를 파악하고 선별할 수 있는 화상 안목, 수요자의 기로나 미적 향수, 비평가 그룹이나 미술관과 대안공간들에 의한 작품의 미술사적 권위 인정 등을 확인하는 행위가 하나로 통합될 때 비로소 작품의 매매행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미술품 유통구조는 다른 상품과 유통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경매에서 한 작품을 두고 경쟁이 붙게 되면 작품가격이 실제 가치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고, 갤러리에서 줄서기 등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웃돈을 주면서 구입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이와 같이 미술품 가격은 다양한 요인들과 그 잠재적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거시적 시각에서는 미술시장이 속한 국가나 지역의 경제 여건, 국제 정세, 국가 문화 정책 등 외부적인 요인도 미술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술시장 이론가인 벨쉬스O. Velthuis는 미술시장의 가장 이례적인 특징은 가격하락을 끔찍이도 금기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글 | 장신정
New York University 예술경영 석사, 전MoMA PS1 Contemporary Arts Center, 전 아시아문화전당 전시팀장, 기획전 큐레이팅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