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모노하가 뭐야?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모노하라는 말과 작가들의 다양한 특성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들이 많다. 모노하라는 말은 일단 제쳐놓고라도, 모노라는 말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나 또한 그런 오해의 굴곡을 여러 번 거치면서 여기까지 온 것도 사실이다.”
얼마전 고인이 된 현대미술사학자 김미경 교수의 저서 <모노하의 길에서 만난 이우환>에서 발췌해 보았다. 필자가 소르본대학에서 이우환작가에 관한 소논문을 쓸 당시 이 책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이우환 작가는 2011년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 개인전에 이어 2014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및 정원에 야외전시를 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또한 그가 ‘속해 있는(?)’ 미술사조인 모노하의 여느 작가보다 지금까지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우환 작가는 일본작가들이 이해하는 모노와 모노하와의 간극은 그런대로 다양성으로 여기며 참아낼 수 있지만, 자신의 예술관이나 생각이 일본어 ‘모노와 모노하’의 테두리에서 혼동되는 일에는 매우 난처해 한다는 것을 명시한 바 있다.
일본어로 ‘모노’가 사물을 의미하지만 단지 물질로서의 사물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60년대 후반에 모노하가 일본에서 발생한 지 거의 반세기가 정도가 흘렀다. 그리고 한국에 처음 본격적으로 모노하가 등장한 것은 1989년 건축미술잡지인 <공간>에 치바 시게오의 ‘모노파론’으로 소개되었다.
세키네 노부오의 <위상-대지>
모노하의 시작은 세키네 노부오가 1968년 10월에 실현한 <위상-대지>라고 하는 작품이다. 당시 세키네는 시각적 트릭에 호소하는 듯한 작품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기존의 자신의 성향과는 정 반대의 <위상-대지>라는 작품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매우 전혀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작품이어서 작가자신은 물론 설치를 도왔던 동료작가들도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그들은 다마 미술대학 사이또 요시시게(1904~2001)의 학생이었다. 사이또 요시시게는 일본에서 가장 일찍 전위적인 미술을 해 온 작가이며, 그 자유분방한 발상은 수많은 미술가와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모노하 작가들과 이우환
《그 젊은 작가들 가운데 그들보다도 열 살 정도 위인 이우환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세키네 노부오는 1942년생이고 이우환은 1936년생입니다. 1936년생이라는 사실은 「일본반예술」, 특히 「네오·다다」작가들과 동 세대라는 것입니다. 열살 연장자였던 이우환은 세키네 노부오의 <위상-대지>와 그리고 그 뒤에 생긴 「모노하」 작품군이 지닌 가능성을 명료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우환은 <위상-대지>의 출현 직후부터 글을 정열적으로 발표합니다. 특히 1969년부터 1970년 전반에 걸쳐서는 거의 매월 여러 매체에 글을 발표해 갑니다.》
모노하의 작가 치바 시게오가 2002년 홍익대학교에서 발표한 세미나에서 인용하였다. 그렇다. 이우환을 통해서 그들은 마치 세례명을 얻은것처럼 기록되고 알려지면서 개념으로 정리된 것이다. 이우환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작품도 변화시켜 나갔다. 그는 자신의 작품과 사상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비평가로 기획자로 활동을 활발히 하였다.
<관계=만남>을 강조하다
이우환의 입체작품은 종이, 돌, 유리, 면, 철판, 천과 같은 ‘모노(물체)’로부터 형성되지만, 하나의 ‘모노’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거의 없다. 돌에 철판이 붙어 있거나 유리판 위에 커다란 돌이 놓여져 유리가 깨져 틈이 나있는 것처럼, 반드시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모노」로 형성됩니다. 즉 거기에는 ‘모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모노와 모노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시된다.
이우환이 쓴 글들은 프랑스어로도 번역되어 여러 권의 책이 출판되었다. 그 중 ‘만남의 미학’에서 회색에 관한 그의 생각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검정색 옆에 있으면 희게 보이고, 흰색 옆에 있으면 한없이 어둡게 보이는 회색의 입장과 상황에 관해 간결하게 적은 몇 줄이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