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morte dite 《de fiançailles》, 1869© Musée de Grenoble
Nature morte dite 《de fiançailles》, 1869© Musée de Grenoble

[아츠앤컬쳐]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의 꼭대기 층인 6층에 가면 인상파 특별 전시실이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친숙한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네의 <잔디 위의 식사>, 르누아르의 <물랭드라갈레트>, 모네의 수련 시리즈 , 드가의 발레 그림 등 일일히 열거하기 어렵다. 한편, 그들 사이에 우리에게 덜 알려진 화가의 그림이 보인다. 바로 앙리 팡탱-라투르의 작품이다. 아름다운 화병을 담은 정물화와 여러 명의 단체 초상화를 담은 대표작인 <들라쿠르아에 대한 경의>가 전시되어 있다. 한편, 팡탱은 인상파화가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앙리 팡탱-라투르(Henri Fantin-Latour)의 생애
앙리 팡탱-라투르는 1836년 프랑스의 산간 도시인 그르노블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초상화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1841년 그의 가족은 파리로 이사를 온다. 그리고 앙리가 열 살이 되자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직접 그림을 가르쳤다. 앙리는 열다섯살에 왕립미술학교 특별반에 조기 입학을 하였고, 이후 당대 저명한 선생님들을 사사한다. 1854년 파리 보자르에 입학을 하지만 졸업을 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다.

이후 그는 인상파 화가인 드가와 마네와 가깝게 지낸다. 하지만, 단 한번도 인상파 전시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화풍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1959년에 살롱전에 처음으로 세 점의 작품을 출품하지만 낙방하고, 영국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화상인 에드윈을 만나게 되는데 그 때부터 오랫동안 파트너로 지내다가 에드윈 사후에도 그의 아내가 사업을 이어받아 팡탱-라투르의 영국 화상으로 활동한다.

1861년에 국전인 살롱전에 다시 출품하여 당선이 된다. 그리고 이듬해 런던의 로얄 아카데미에 작품이 전시된다. 한편 1866년 그는 루브르에서 그림을 그리던 중 빅토리아 뒤부르그라는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3년 후 그들은 약혼을 하고, 10년 후인 1876년에 결혼하였다. 1872년에는 프랑스의 저명한 화상인 폴 뒤랑-루엘이 팡탱의 작품을 여러 점 구입한다. 그 시기부터 팡탱은 평생 화가로서 왕성히 활동하였으며 작품판매도 활발했다. 1904년 6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으며, 파리의 몽파르나스 묘지에 유골이 안치되었다.

Coin de table,1872© Rmn-Grand Palais (musée d’Orsay)Photo Hervé Lewandowski
Coin de table,1872© Rmn-Grand Palais (musée d’Orsay)Photo Hervé Lewandowski

정물화 <약혼>, 1869
팡탱-라투르를 일컬어 꽃의 화가라고 할 만큼 그는 수 많은 정물화를 그렸다. 특히 그의 정물화는 영국에 애호가들이 많아서 영국에 많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혹자는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지극히 반복적인 작업을 했다고 이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의 정물화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한편, 1869년 작품은 <약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앙리가 그의 아내인 빅토리아에게 약혼 선물로 그린 작품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중국풍의 도자기 화병이 보인다. 그 안에는 봄철의 꽃들이 싱그럽게 보인다. 작품의 테마인 약혼처럼 설레임과 조심스러움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꽃은 영원한 아름다움을 아닌 시들어버리는 한시적인 아름다움을 지녔기에 그 안에는 정물화의 알레고리인 ‘인생무상’도 담겨 있다.

룩셈부르그 미술관 기획전 (미술관기획전)
9월 14일부터 2017년 2월 12일까지 팡탱-라투르 특별전이 룩셈부르그 미술관에서 한창이다. 이번 전시는 1982년 그랑팔레 회고전 이후 35년만에 열리는 전시라서 기대가 크다. 전시는 시대순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초기작인 1850년대 작품부터 감상할 수 있다. 초기에는 그 독서하는 모습과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하는 두 자매 등 평범한 일상을 담은 작품이 주로 보인다. 두번째 전시실에는 1864년부터 1872년까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시기부터 팡탱-라투르는 대작들을 선보인다. 특히 단체초상화들은 이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들라쿠르아에 대한 경의>와 같은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당대의 혁신적인 화풍을 일으켰던 들라쿠르아와 마네에 대한 깊은 경의를 볼 수 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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