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베르니케 연출

© OPERA NATIONAL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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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ier)가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8세기 빈을 무대로 젊은 귀족 옥타비안은 원수 부인의 애인이었지만, 오크스 남작의 장미의 기사로 부호인 파니 날 가에 사자의 자격으로 가서 아름다운 그 집의 딸 소피에게 장미꽃을 건네주면서 서로 사랑하게 된다. 옥타비안은 변장하여 방탕한 남작을 골려주고, 마지막에는 소피와 결혼하게 된다는 희극적인 성격의 3막으로 구성된 오페라이다.

“ ‘장미의 기사’라는 제목을 보고 상상하게 되는 모습은 아마도 ‘장미 문장이 새겨진 방패를 든 기사’같은 낭만적인 그림일 것입니다. 그러나 ‘장미의 기사’란 우리말로 옮기면 ‘함진아비’쯤 되는, 청혼의 전령을 뜻합니다.”

이용숙 음악평론가의 표현을 인용해보았다. ‘장미의 기사’는 약혼 축제 때 은으로 만든 장미를 약혼녀에게 바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18세기에 유행한 관습이다. 마리아 테레지아 때 빈을 배경으로 한 희가극으로 오스트리아의 작가 호프만 슈탈이 대본을 썼으며 1911년 드레스덴에서 초연되었다.

“잘츠부르크의 무대를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새롭게 선보였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OPERA NATIONAL D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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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에 또 한번 화제를 모은 것은 바로 미장센의 대가 헤르베르트 베르니케였다. 완벽주의자로 잘 알려진 거장의 1995년 연출 미장센을 2016년에 재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잘츠부르크의 무대를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새롭게 선보였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거울 병풍들이다. 마치 만화경 속의 형상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듯, 거울 병풍은 하나 둘씩 펼쳐지며 특별한 무대를 만들었다.

독일인 연출가 헤르베르트 베르니케는 오페라 감독과 무대 의상으로 이 시대 최고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1946년 아우겐생으로 2002년 56세의 나이에 스위스 바젤에서 생을 마감했고, 사후에도 그의 무대연출작품들은 재조명되어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바스티유 무대에 올려진 <장미의 기사>에서 주목할 점은 탁월한 배역 선정이었다고 현지 언론은 호평하였다. 여주인공역의 함부르크 태생 미카엘라 카우네는 섬세하면서도 부드럽고, 격조있는 소프라노 디바라는 찬사를 받았다. 오크스에 피터 로즈, 옥타비안에 다니엘라 신드람이 열연했다. 소피역의 에린 몰레이는 역할을 우아함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며 호평을 받았다. 필립 조르당의 정확하면서 박진감있는 완벽한 지휘 또한 일품이었다.

이 작품은 스트라우스가 47세 때 작곡한 것으로, 그의 음악 창작에 하나의 전환기를 이루었다. 이전 작품인 〈엘렉트라〉, 〈살로메〉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고, 불협화음을 덜 사용했으며 선율도 더 아름다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즉 관능적으로 강렬한 것이 아닌 명랑하고 알기 쉬운 희극의 오페라이다. 또한 많은 모티브를 사용하여 배역의 성격과 여러 가지의 측면을 여실히 표현했으며, 아름다운 멜로디는 옛 정취마저 느끼게 한다. 화성과 관현악법에 있어서 바그너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이면서 개성적인 면을 보였으며, 모차르트의 색채도 찾아볼 수 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ineslee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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