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아츠앤컬쳐] 프랑스인이라면 폴 보퀴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어느 대통령이나 셀레브리티보다도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인물이다. 올해 아흔 살인 레전드 쉐프 보퀴즈는 국가에서 받은 훈장만도 여러 개다. 리옹시 및 근교에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누구나 가고 싶은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진취적인 그는 레스토랑 운영과 더불어 교육사업을 개척하였다. 1990년에 요리학교 인스티튜트 폴 보퀴즈를 설립하여 수많은 스타 쉐프를 배출해왔는데,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최고급 레스토랑의 쉐프 중 상당수가 폴 보퀴즈를 사사하였다. 스타쉐프가 되고 싶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볼 만한 프랑스 최고의 요리명문학교이다.
프랑스 미식의 본고장 리옹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도시로 손꼽히는 리옹은 어떤 곳일까? 고속열차를 타면 파리에서 약 2시간 남짓 걸리는 리옹은 대도시의 장점과 지방 도시의 넉넉함이 잘 어우러진 살기 좋은 도시이다. 무엇보다 리옹은 오래전부터 요리의 도시, 식도락의 본거지라는 명성을 누려왔다. 여기서는 부유, 상류층보다는 부르주아 내지 서민 취향에 어울리는 음식들이 다양하게 발달해왔는데 이는 기교나 장식보다는 좋은 식재료의 있는 그대로의 맛에 충실함에 근거한다. 이는 특히 리옹이 과거 이탈리아로 통하는 관문이었고 르네상스 시대 이후 확립된 미식전통으로 파리를 능가하는 음식의 명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모든 여건이 골고루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리옹은 주변이 좋은 와인 산지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리옹에는 세 줄기의 강이 흐른다고 한다. 론강과 손강이 흐르고 마지막으로 와인강이 흐른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리옹은 과거 비단을 비롯한 섬유산업이 발달했었고, 구시가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보퀴즈의 요리인생
보퀴즈는 1926년 리옹 근교의 요리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이 된 그는 1941년 리옹의 레스토랑 드 라 수아리의 클로드 마레 밑에서 견습으로 요리 인생을 시작하였다. 2차대전 후반기였던 1944년에 프랑스가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후 프랑스군에 자원입대해 복무하다가 종전을 맞았고, 1946년에는 라 메르 브라셰에서 다시 수행을쌓았다. 이후 파리로 가서 라 피라미드의 오너 셰프 페르낭 푸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1959년에 생가의 레스토랑을 이어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개명한 뒤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1961년에 프랑스 국가 장인상인 MOF를 수상하였으며, 1965년 이후 계속 미슐랭 가이드의 별 셋을 유지하고 있다.
실상 보퀴스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는 송로버섯이 큰 공헌을 했다. 프랑스 최고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으면서 대통령을 위한 만찬 테이블에 특별한 수프를 만들었는데, 프랑스인들이 꿈에도 그린다는 귀한 송로버섯을 주원료로 한 ‘V G E(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텡 당시 프랑스 대통령 이름의 첫 글자) 수프’였다. 처음 개발된 이 수프는 송로버섯 특유의 독특한 맛과 풍취로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를 굳혔다.
보퀴즈는 화려한 외양, 높은 열량의 음식보다 식자재의 품질과 특히 신선도를 요리의 생명으로 꼽는다. 이에 인스티튜트 폴 보퀴즈에서는 좋은 식재료 고르는 법부터 꼼꼼히 가르친다고 한다. 더구나 그의 출신지 리옹은 북부 알자스 로렌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남쪽 프로방스, 지중해 지역의 해산물, 그리고 리옹을 관통하는 론 강과 손 강에서 잡히는 민물고기 등이 모두 집결되는 중심지로 식자재 조달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스티튜트 폴 보퀴즈의 교육과정
1990년 폴 보퀴즈를 명예 회장으로 하여 유명 호텔체인 그룹 아코르(ACCOR)와의 만남으로 창설되었다. 학교는 리옹시내인 벨쿠르광장과, 프랑스 리옹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전원적인 도시 에큘리에 캠퍼스가 있다. 에큘리캠퍼스는 고성을 리노베이션해서 건립하여 운치가 있다. 바로 옆에 나란히 학생기숙사 건물도 자리하고 있다. 취재차 학교를 죽 둘러보았는데, 고성을 개조한 홀에서 레스토랑 경영 수업이 이루어지며, 주방은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있고, 주류를 체험하는 바와 와인 캬브, 차와 커피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커리큘럼을 보면 크게는 요리학과, 레스토랑 경영학과, 그리고 호텔경영학과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기본 의무교육과정은 총 3년이고 그 이후에 마스터과정은 선택할 수 있다. 매년 과별 50명 정도의 인원을 필기시험과 인터뷰를 통해서 선발한다. 외국인의 경우 프랑스어 성적과 TOEIC점수를 제출해야 한다. 이곳의 장점은 훌륭한 교수진과 커리큘럼 외에도 세계 곳곳에 졸업생들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이후 인턴십 및 커리어 구축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해외 유학생의 비율이 높아서 세계의 맛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가운데 풍성한 학창시설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에큘리의 레스토랑은 실제로 학생들의 요리와 서비스를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면서 실질적인 교육을 체험할 수 있다.
홈페이지 : http://www.institutpaulbocuse.com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