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행사가 어느덧 무르익어가고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에 걸쳐서 진행된 행사들이 하나둘씩 성황리에 마치고 있다. 예로부터 유럽인들은 한국의 도자기가 지닌 아름다움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한국의 도자기가 처음으로 프랑스에 선을 보인 것은 1889년 파리의 트로카데로에 위치한 인류학 박물관에서였다. 이어서 프랑스 최초의 한국파견 대사가 한국 도자기 및 장신구를 상당수 컬렉션하여 이후 프랑스 세브르 도자기 박물관과 기메 아시아 박물관에 소개하고 기증하였다. 이것이 모태가 되어 1980년대부터 한국 도자기는 유럽의 박물관에서 수차례 소개되었다.
물론 화려하고 방대한 중국의 도자기나 세밀한 장식이 돋보이는 일본의 도자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특별했다. 18세기 유럽의 왕가와 귀족들 사이에 시누아즈리(Chinoiserie)라는 대대적인 유행이 생길 정도로 도자기와 가구를 비롯한 중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수요가 남달랐다. 이어 19세기에는 지성인들과 부르주아층 사이에서 일본 판화인 우키요에를 모으는 것이 유행할 정도로 일본 문화와 예술을 본격 흡수하였다. 몇 년 전 우리의 ‘강남 스타일’이 큰 인기몰이를 한 후, 한류가 신바람 나게 확산될 것을 기대하는 우리의 바람이 현실화될지를 판단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일전에 도자기 앤틱전문가인 위그 라미씨한테서 한국의 청자를 샤넬이 특별히 좋아했다고 들었다. 필자가 소더비 경매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스웨덴 귀족 가문이 소장해왔던 한국의 청자 컬렉션을 본 적이 있다. 그 외에도 유럽의 도자기 애호가 중 한국의 청자를 특별히 좋아하는 컬렉터 층이 있다. 이들은 청자를 ‘셀라동’이라 부른다. 그 연유는 유럽에 처음으로 중국의 청자가 소개될 무렵 프랑스의 목가소설인 ‘아스트레’가 연극 무대에 올려졌는데, 주인공인 셀라동이라는 목동이 청자색깔의 리본을 둘렀다고 한다. 이렇게 유래가 된 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영어권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셀라동이라고 부른다.
이번 그랑팔레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의 도자기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재의 국보가 상당수 전시되었다. 전시장은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이 일직선으로 조성되었다. 삼국시대의 토기, 고려시대 청자,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 순으로 소개되었으며, 현대미술 작품도 몇 점 전시되었다. 해외에 잘 알려진 이우환, 김수자, 이수경, 전준호, 문경원의 작품이 소개되었는데, 모두 도자기와 연관성을 갖고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현지에서는 ‘흙, 불, 혼’이라는 전시타이틀과 백자 달항아리를 포스터에 담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필자는 집 앞을 지나다가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대형 광고보드에서 우연히 보고 반가운 마음에 며칠 후 전시를 보러 갔었던 것이다. 최근에 세브르 도자기 박물관에서 열렸던 ‘코리아 마니아’라는 조선시대 프랑스 외교관의 소장품과 이야기를 테마로 한 전시가 호평을 받았던지라 이번 ‘흙, 불, 혼’ 전시도 기대가 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