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jamin Lavernhe et Julie Sicard dans L’Ours © Comédie-française
Benjamin Lavernhe et Julie Sicard dans L’Ours © Comédie-française

 

[아츠앤컬쳐] 프랑스 국립극단과 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즈는 <리슐리에 본관> 외에도 두 개의 극장을 더 소유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현대극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비유 꼴롱비에 극장>이고, 다른 하나는 <스튜디오 극장>이다. 스튜디오 극장은 루브르 박물관 지하에 위치해 있다.

1996년 11월에 문을 연 <스튜디오 극장>은 1912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을 창립한 러시아의 연출가이자 배우인 스타니슬랍스키(1863~1938)의 정신에 기반을 두고 설립되었다. 그에 따르면 극장은 “관람객들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는, 아주 친밀한” 역할을 해야 한다. 스튜디오 극장은 50㎡의 무대와 객석 136석으로 구성된 소규모 극장이다.

안톤 체홉의 <백조의 노래>와 <곰들>은 청년 연출가인 마엘 포에지의 연출로 무대에 올려졌다. <백조의 노래>는 쓸쓸한 노년의 배우를 소재로 하였다. 주인공 바실레비츠는 막이 내린 후 술에 취해 극장에서 잠이 든다. 눈을 뜨면서, 그는 텅 비고 차디찬 극장에서 마치 유령이 나타난 줄 안다. 그 존재는 프롬프터인 니키타이다. 이어 노년의 배우는 니키타에게 지난 과거를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모습과 상반되는 쓸쓸한 삶을 살아왔음을 회고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사랑받는 배우지만, 정작 연극이 끝나고 나면 늘 혼자였다고 말한다.

바실레비츠가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에 셰익스피어부터 푸시킨까지 다채로운 명작에서 일부를 발췌하여 극을 재연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비록 이제는 자신이 나이가 든 배우지만, 그의 내면에는 청년과 같은 젊음과 에너지로 충만함을 스스로 재발견한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는 열정과 에너지를 간직하고 사는 노배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곰들>은 남편을 잃고두문불출하며 지내는 미망인을 소재로 하였다. 구슬픈 음악을 들으며, 식음을 전폐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으며 지내는 엘레나에게 너무나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죽은 남편의 빚을 받으러 왔다며 막무가내로 그리고리라는 남성이 집에 들이 닥친다.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이 처한 상황에 빠져 있었던 차였다. 여인은 슬픔에서 남자는 돈을 받으려는 고집으로 심한 실랑이를 벌인다. 결국 두 사람은 총을 겨누며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린다. 그러면서 그녀는 살아 생전 바람을 심하세 핀 남편에 대한 영원한 순정을 고백한다.

이에 그리고리는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그녀의 인생에 의문을 던지고 독설을 뱉는다. 실랑이와 대화가 오가다가 그리고리는 그녀에게 불현듯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고백한다. 미망인은 자신의 감정을 좀처럼 인정하려하지 않으려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과 사랑을 확인한다.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체홉은과거에 대한 향수로 지나간 시간 속에서 갇혀버린 주인공의 삶에 큰 변화를 주었다.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삶이 설사 과거로 인해 정체되었다면 이를 과감하게 바꾸어보면 어떨까?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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