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16년 새해 첫 달부터 한국미술은 해외시장에서 신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파리 최고의 메이저 갤러리 중 하나인 페로탱갤러리에서 기하학적 한국미술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오리진(Origin)>그룹의 대표작가인 이승조, 최명영, 서승원의 전시가 1월부터 두 달 동안 열린다.
1962년에 결성된 <오리진>그룹은 전후 한국미술계에서 추구했던 앵포르멜(Informel)의 추상표현주의에 반하여 이성적이고 논리 정연한 기하학적 형태와 본질적 조형요소에 충실한 미술을 지향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 출신들로 구성된 ‘오리진’은 미술 단체로서는 드물게 50년 이상 이어오면서 한국미술계에 신선한 자극을 던짐과 아울러 추상미술의 지평 확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룹의 멤버들은 대체로 1940년대 초반에 태어나 일본 강점기와 6·25전쟁, 그리고 4·19혁명을 겪은 장본인들이다.
“‘오리진’ 동인들은 한동안 우리나라 전위미술을 휩쓴 뜨거운 추상의 감정 과잉에 대해 과격하게 맞서고 있다. 어쩌면 귀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들의 작품은 캔버스라는 미디엄을 고집하면서 회화작품의 평면성을 절제있게 고수하고 있다.”
1976년 故 이일 평론가의 ‘생동하는 젊은 미술’이라는 글에서 인용했다. 한편, 이들의 작품이 보다 분명한 색채를 갖게 된 것은 <청년작가연립전>이 열리던 1967년경이었는데 이때 최명영(1941년생)은 회화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한 추상작품을, 서승원(1942년생)은 세모꼴과 색막대를 통한 엄격한 공간구성을, 이승조(1941~1990)는 원통형 구조가 반복되는 기하학적 추상작품을 각각 시도하였다. 그때부터 한결같이 작가들은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걸으며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추구하였다.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은 인터뷰를 통해 당시 미술시장의 경향에 전혀 아랑곳없이 고집스럽게 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뒤늦게나마 국내는 물론 해외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한편, 그간 팔리지 않았던 작품을 오랫동안 직접 소장하고 있었기에, 오늘날 1970년대, 1980년대에 작업한 상당수의 대작을 전시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서양인들이 한국미술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찬사와 더불어 종종 던지는 질문이 있다. 한국의 단색화를 비롯한 포스트모던 추상미술이 미국의 미니멀 작품이나 유럽의 모노크롬과 어떤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어쩌면 눈으로 보기에 서로가 닮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얼핏 보면, 미국의 코카콜라의 색상이나 유럽의 커피나 우리의 간장이나 비스름해 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서양의 미술이 결과에 중요성을 두었다면, 우리의 미술은 작업을 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시했다. 한국 작가들은 우리의 전통적인 정신에 바탕을 두어 자연과 인간을 별도의 존재가 아닌 하나로 보았다. 더불어 작업과정을 마치 수신을 하며 자신을 비워내는 것으로 자연에 순응하고자 하였다. 이에 동일한 행위를 무한히 반복하여 자신의 신체를 마치 수신 도구화 하였다.
이번 전시에 참가하고자 파리에 온 최명영, 서승원 작가는 인터뷰를 통하여 작품을 하는 과정에서 농경문화를 비롯하여 뚜렷한 사계절을 지닌 우리의 자연환경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더불어, 이번 전시를 기획한 단색화작가 박서보의 묘법전시가 런던 메이저갤러리인 ‘화이트큐브’에서 1월 14일에 오픈해 3월 초까지 계속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