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모자문화와 산업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자문화가 서구를 중심으로 발전해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틀린 이야기다. 1880년~1930년 사이 조선과 대한제국시절 한국을 방문한 많은 서양인들의 눈에는 신기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모자를 많이 쓰는 나라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남녀노소, 각 직업별, 직급별로 ‘건’, ‘갓’, ‘모’, ‘관’ 등으로 구분되는 한민족 모자문화에 그들은 “동방의 위대한 모자의 나라”(샤를르 바라, 뚜르 드 몽드, 1892년)라고 조선을 소개하면서 모자의 종류가 4천 가지(<극동의 전쟁>, 앙리 갈리, 1904년)나 된다고 놀라워했다.

신윤복, 月下情人 월하정인
신윤복, 月下情人 월하정인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미국과 전 세계 음악시장을 뒤흔드는 BTS, Black Pink등도 각종 무대에서 우리 민족의 모자(갓)를 이용하여 세계 속에서 한민족만의 문화적 변별성을 특정하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극중 배우들의 착용했던 갓을 대표로 한 한국 전통모자가 세계 280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결국 아마존에서 갓이 팔리는 등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렇듯 10여 년 전부터 세계를 달구었던 k-food, k-fashion, k-pop등이 지금은 k-culture로 종합된 한민족의 문화를 세계적인 이슈로 만들어버린 놀라운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우리는 현실로 경험하고 있다.

머리 위에 무엇인가를 얹는다는 것은 고도의 예술적, 정치적 행위이다. 나에게, 타인에게 각기 다른 유, 무형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모자문화는 방대한 조직과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대상이 있어야 발달되는 영역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황제나 교황의 즉위식에서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대관식이다. 세계 최고의 여성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대회에서도 우승자에게는 머리 위에 티아라를 씌어준다. 머리 위에 무엇인가를 얹는 것은 자신에게는 권위와 멋과 개성, 이미지 즉 스타일을 주고 타인에게는 禮, attitude, 즉 위엄과 예의, 매너를 건네는 것이다.

아프라시압 궁중벽화 / 중앙문화재연구원제공
아프라시압 궁중벽화 / 중앙문화재연구원제공

한민족의 모자와 관련하여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기록들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아프라시압 궁중벽화에서 조우관을 쓰고 환두대도를 찬 고구려 사신으로(650년경) 추정된 그림이다. 여러 사신들의 무리에서 유독 그들만이 썼던 조우관의 위상이 두드러진다. 또한 국내에서는 무용총, 감신총. 덕흥리 고분 등 많은 벽화 내에서도 신분, 직업, 의례, 사회질서로 분화되고 체계화된 우리 민족의 모자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감신총: 갓형 모자를 쓴 무사
감신총: 갓형 모자를 쓴 무사

우리 민족의 모자에 관한 학술적 사료는 고대부터 시작된다. 경주 금령총과 남포 감신총(고구려고분)에서 패랭이형 갓을 쓴 수렵인물을 볼 수 있다. 문헌에서는 <삼국유사> 신라 원성왕의 꿈에 모자 이야기가 나오며, 고려 공민왕(1357년)도 관료들에게 갓을 쓰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즉, 우리 민족은 의관정제라는 격식을 통해 계급과 신분, 예를 표시해왔고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정점에 모자가 있었다.

이러한 한민족 뿌리 깊게 녹아있는 모자문화 DNA의 영향일까?
놀랍게도 2020년 대한민국 모자회사들은 전 세계 모자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인 모자업체들은 그들의 유전자 속에 녹아있는 축척된 모자문화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 업체들이 모방할 수 없는 본능적인 창의적 제조법,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목포 갑자옥모자점
목포 갑자옥모자점

국내 최장수 모자판매점으로 전남 목포의 “갑자옥”(1927년) 모자점이 있다. 1927년 개업하여 2020년 최근까지 영업을 하던 중 전남 목포시(김종식 시장(현))로부터 근현대사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매장을 목포시가 매입하고, 국내 지자체 최초로 시립 “목포 세계모자박물관”개관을 2021년 중반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 목포시의 결단과 포부는 앞으로 한류문화의 다양성과 질적 가치를 높이는데 그 활용의 기대가 아주 크다.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한국 모자문화 콘텐츠가 비로소 체계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 기회를 살려 ‘목포 세계 모자축제’와 ‘갓’ 체험 등의 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아무쪼록 근현대사 현장 자료의 보고인 목포에서 한민족 모자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명소로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글 | 조현종
㈜샤뽀 / 루이엘모자박물관 대표이사, 전북대학교 겸임교수/경영학박사
(사)하이서울기업협회 협회장, (사)한국의류산업학회 산학이사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