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임금 용봉문 투구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5년에 발행한 '오쿠라 컬렉션 한국 문화재 목록의 사진)​
​日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임금 용봉문 투구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5년에 발행한 '오쿠라 컬렉션 한국 문화재 목록의 사진)​

 

[아츠앤컬쳐] 1984~5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친구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은 적이 있었다. 초여름이 시작할 즈음 프랑스 브랜드로 유명한 ‘el**’매장에서 까만 야구모자를 선물 받았다.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26,000원이라는 모자 가격 때문이었다. 1984년 당시 26,000원의 위력은 학교 구내식당에서 라면 100그릇 이상을 사 먹을 수 있었다.

요즘 모자 가격은 브랜드, 재료, 유통 채널에 따라 같은 모자라고 해도 천차만별이다. 가격대는 길거리에서는 보통 3천~2만 원 정도의 모자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는 3만~백만 원 정도까지 다양한 제품이 팔린다. 근래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모자전문 디자이너의 작품으로는 아시안 최초의 프랑스 모자장인학교 출신의 “셜리 천(루이엘)”이 2천만 원짜리 모자를 판매했다는 소식으로 볼 때,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성향도 폭넓고 다양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종대왕(1444년)의 익선관(추정)
세종대왕(1444년)의 익선관(추정)

지난 해 2020년 Netflix에서 방영된 조선시대 배경의 드라마 “킹덤”이후 전 세계인의 우리한민족의 모자문화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조선 개화기 서구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문화충격을 주었던 모자의 나라, 은자의 나라라 불리었던 조선시대의 모자와 관련제품 가격은 어떠했을까?

익선관 (일반형태)
익선관 (일반형태)

<이재난고>에 나타난 갓의 가격은 1냥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마트정도에서 살 수 있는 시중 평범한 공산제품 기준이었다고 판단한다. 당시에는 갓 수요도 많을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종사자와 제품 공급도 풍부했기에 일반적인 모자 가격은 저렴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에, 당시에도 솜씨 좋은 장인들에게서 사려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을 거라는 예상도 합리적이다.

2014년에 한화 약 26억의 모자가 나타나 국제적으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퐁텐블로의 오세나 경매에서 모자 경매가격으로는 역대 최고가로 나폴레옹의 상징과 같은 이각(二角) 모자가 한국 식품업체 ‘하림’(회장 김홍국)에 낙찰되었다고 보도가 된 것이었다. 이 화제성 기사로 ‘하림’은 모자 구매가격 대비 수천억 이상의 자사 홍보효과를 누렸으니 모자 하나로 엄청난 수익을 낸 우수한 마케팅 사례로 나의 경영학 강의 시 인용하기도 한다. 이 낙찰가의 진짜 신분이 나오기 3~4일 전까지 모자박물관을 운영 중이었던 필자는 주위로부터 엄청난 축하와 문의 전화를 받아야만 했던 부러움 반 질투 반의 에피소드였기에 그날을 잘 기억할 수밖에 없다.

‘하림’(회장 김흥국)이 낙찰 받은 26억원의 나폴레옹 이각 모자(이 모자는 나폴레옹 본인이 사용했던 모자가 아니고 선물용으로 주문 제작한 120개 중 하나이다)
‘하림’(회장 김흥국)이 낙찰 받은 26억원의 나폴레옹 이각 모자(이 모자는 나폴레옹 본인이 사용했던 모자가 아니고 선물용으로 주문 제작한 120개 중 하나이다)

나에게는 모자와 관련하여 엄중한 의무감과 소명이 하나 있다. 전 세계에 불법적으로 도난, 유출된 유물급 한민족 전통 모자들을 찾아내어 제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그 중 제일 시급한 것은 현재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중인 조선왕실의 투구와 익선관(왕과 세자가 평상복으로 정무를 볼 때 쓰던 관)을 국내로 반환시키는 것이다. 한국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오쿠라가 한국 내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문화재를 빼돌렸다며 오쿠라 컬렉션을 반환하라고 요구했지만, 일본은 당시 개인 소장품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 모자들의 귀향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서 꼭 이루어내고 싶은 게 지금 나의 희망이다. 혹시 경매에 나온다면 나폴레옹 모자보다 더 높은 세계 최고가 금액으로 낙찰 받아 전 세계에 핫 뉴스를 장식하리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이것이 이른바 “모자의 나라”로서의 자존심 아닌가!

글 | 조현종
㈜샤뽀 / 루이엘모자박물관 대표이사, 전북대학교 겸임교수/경영학박사
(사)하이서울기업협회 협회장, (사)한국의류산업학회 산학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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