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의 2009년작 <인 디 에어>는 1년에 322일을 출장으로 사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멈추었지만, 필자도 한때 출장이라면 누구보다 많이 다녔다. 출장 짐을 어떻게 꾸릴지,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어떻게 해야 더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지, 어떤 비행기와 호텔 마일리지가 혜택이 많은지, 비행기 좌석과 식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어떤 기준으로 호텔을 선택할지, 새로운 곳에서의 메뉴 선택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시차는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중요한 프로 출장러의 핵심 노하우이다.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설레면서 동시에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이 나를 사로잡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출장의 경우라면 더더욱 자신감이 중요하다. 여행에 대한 노하우는 타지에서 필자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다. 하지만 몸이 아프다든가, 일이 잘 안 풀리는 등, 정말 힘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큰 힘은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었다.
<인 디 에어>의 오프닝은 비행기에서 바라본 미국 여러 지역에 대한 풍경으로 시작한다. 미국 펑크 밴드 ‘샤론 존스 & 댑킹즈’ 의 흥겨운 노래 “This Land Is Your Land” 덕분인지 낯선 출장지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이 생긴다.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은 해고 전문가이다. 고용주들이 자신들의 직원들을 해고할 때, 라이언의 회사를 고용하여 대신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이다. 라이언은 1년에 322일을 출장으로 보낸다. 평생 독신주의자로 살아온 그에게 집은 의미있는 공간이 아니고, 인간관계는 무거운 짐일 뿐이다. 라이언은 동기부여 전문 강연자로 활동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는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강연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영화를 본 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장 생각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배낭에 집어넣고 짊어지려 하지 말고 그냥 태워버리라고 이야기한다. 완벽한 유목민의 삶을 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버리면 얼마나 신날까 싶다가도 과연 그런 삶이 행복할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세상 어느 것에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라이언이 천만 마일리지에 집착하는 것처럼, 그도 결국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인 디 에어>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큰 질문을 던진다. 평생 무언가를 쌓아 올리고 그 무게를 짊어지고 갈 것인지, 그냥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살 것인지 선택하라고 한다. 나같이 욕심 많고 우유부단한 사람들의 선택은 언제나처럼 중용을 택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고, 더 넓은 집에 더 큰 TV와 차를 갖고 싶다가도, 때론 그 모든 것을 놔두고 훌쩍 떠나버리고도 싶다. 물론 이것들을 다 버리는 건 절대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돌아왔을 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 나라는 이기적인 인간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떠나고 싶어도 코로나 때문에 여의치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결국 내 백팩 속의 짐만 더 늘어나는 중이다.
글 | 도영진
영화 칼럼니스트, 베인앤드컴퍼니 부파트너
이십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 한국 및 아시아 대표 역임, CJ E&M 전략기획담당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