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의 1985년 작

© Laurent Philippe / Opéra national de Paris
© Laurent Philippe / Opéra national de Paris

 

[아츠앤컬쳐] 시작 전부터 커튼이 미리 열려져 노출된 새 하얀 무대는 미니멀리즘을 연상시켰다. “들어오세요. 내 남편은 전쟁터에 있어요.” 메스틸드 그로스만(Mechthild Grossmann)이 무대를 연다. 오페라 극장 무대에서 천연덕스럽게 매혹적으로 관객들에게 들어오라는 그녀의 대사에 관객석은 긴장한다. 그녀는 전설적인 부퍼탈 탄츠테아터 피나 바우쉬 단원으로 명성이 높다. 메스틸드 그로스만과 피나 바우쉬와의 인연은 1975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큰 키에 짙은 머리색깔, 무엇보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무대 전체를 가득 채운다. 이렇게 ‘어둠 속의 담배 두 개피’는 시작된다. 연극적인 무용으로 잘 알려진 피나 바우쉬답게 독백으로 시작된다.

무대위의 무용수들은 서로를 때리기도 하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반복적인 라인을 그리며 달려가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이상한 방식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모두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동작이 마치 한편의 초현실주의 시처럼 흐른다. 2막은 여장을 한 도미니크 머시(Dominique Mercy)가 이끈다. 그의 지휘에 단원들은 바닥에 앉아서 왈츠(?)를 추는 것 같다. 닫힌 문을 향하고, 벽을 향해 달려가는 움직임은 난해하다. 이렇게 15분간 라벨의 왈츠가 흐른다.

‘Two cigarettes in the Dark’는 1985년 피나 바우쉬가 창작한 현대무용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파리 무대에 선보여지는 것이라 언론과 팬들, 오페라 단골 관람객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았다. 한편, 피나 바우쉬 작품은 올해 6월에 파리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려졌었던지라, 부퍼탈 탄츠테나터가 바로 9월의 무대를 여는 것 또한 예외적이다. 이는 현재 최고의 명성과 더불어 인기 절정의 피나 바우쉬의 창작혼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9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영향력은 해가 갈수록 더함을 실감한다.

2시간 30분의 대단원의 막이 내리자 가르니에 극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야유의 휘파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이내 극장은 박수갈채로 가득찬다. 1막이 끝나고 충격으로 거북했던 관객들이 떠난 채 남겨진 비워진 객석들이 눈에 띈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및 영미권 언론들이 앞다투어 다루었다. 필터링 없이 걸러지지 않은 피나 바우쉬 답다라며 찬사가 가득하다. 다소 보수적인 파리 공연계에 피나 바우쉬는 언제나 새바람을 일으킨다. 다소 근대적인 취향에 익숙한 프랑스 관람객들에게 피나는 충격적이고, 놀랍고, 당황스럽지만 ‘걸작’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언제나 탐구한다. 개개인의 성향과 특징을 면밀히 관찰한다. 이렇게 내 작업은 시작된다. 하지만 그 방법은 하나로 국한되지 않고 무한히 열려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에 집요하게 파고들어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내어 무대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피나 바우쉬의 창작혼이 위대하다. 그녀가 진보시킨 이 시대 무용사의 후속편이 기대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저작권자 © Arts & Cultur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