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프랑스 디자인가구 전문인 파스칼 퀴지니에 갤러리(Galerie Pascal Cuisinier)에서 <프랑스 의자 100선 : 1951~1961> 전시가 한창이다. 콜렉션이 방대하다 보니 셍제르망 구역의 센느가에 위치한 갤러리 외에도 마레지구에 있는 빌모트 전시장 동시에 두 곳에서 전시가 개최되었다. 교육적인 성격이 두드러진 이번 전시를 통하여, 2차대전 후 프랑스 디자인의 섬세한 미학과 혁신적인 기술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다.
요즘 젊은 컬렉터들 사이에 1950년대 프랑스 디자인 가구에 대한 인기를 실감하듯, 가구업체에서 1950년대 가구의 리에디션 가구제작 및 거래가 매우 활발하다. 유럽이 경기침체로 어렵다는데 디자인 시장은 예외인 것 같다. 하지만 오리지날 진품인 1950년대 가구는 시간 속에서 숙성(?)된 듯한 특유의 멋스러움과 오늘날에도 손색이 없는 실용성으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2차대전 후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 집안 분위기를 편안하게 바꾸는 것이 트렌드였다. 미국의 코지한 인테리어 사진이나 광고를 본 것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50년대 프랑스 가구는 과거의 프랑스 특유의 앤틱가구 디자인에서 미국식 소파와 유사한 실용성을 겸비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현격히 전향하였다. 또한, 선박의 가구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대부분 1920년에서 1930년 사이에 출생한 당시 활약한 가구 디자이너들은 대량 생산을 통한 대중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가구 디자이너 몇 사람을 소개한다.
피에르 구아리슈(Pierre Guariche)는 1950년대 활약한 가장 유명한 가구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다. 1950년대 이미 그의 유명세는 대단하였다. 1952년에 자신의 에이젼시를 설립하고, 이후 동료 디자이너인 미셀 모르티에(Michel Mortier)와 조제프 앙드레 모트(Joseph André Motte)와 공동 아뜰리에인 ARP를 설립하였다. 그의 의자 중 대표작으로는 <파피루스(Papyrus)>와 <토노(Tonneau)>를 들 수 있다.
<파피루스>는 1950년대 접착제의 부족한 성능과 합판이 너무 얇아서 이후 부실함으로 잦은 수선을 요했다. 이를 보완해서 나온 의자가 바로 통을 의미하는 <토노>이다. <토노>는 출시 당시부터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하는데, 요즘에도 그 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50년대 디자인가구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다.
르네 장 카이에트(René-Jean Caillette)는1919년 생으로 당시 디자이너들 중에서 맏형 노릇을 했다고 한다. 그는 파리 지하철 티켓을 종이접기하듯이 접어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어서 의자를 디자인했다. 그렇게 탄생한 의자가 바로 다이아몬드를 뜻하는 <쉐즈 디아망(Chaise Diamant)>이다. 출시 즉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디아망 의자는 1958년 브뤽셀 만국박람회에서 ‘그랑 프리’를 수상하였다.
앙드레 몽푸와(André Monpoix)는 기존에 사용하던 소재에서 탈피하고자, 등받이와 앉는 부분을 끈으로 대체하였다. 철재 소재의 틀에 등공예와 유사한 형태로 탄력성이 있는 끈을 감았다. 앉은 자세의 인체를 편안하게 지지하기 위하여 이러한 소재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처음 이 의자가 제작되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은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곧 병원 의자로, 노천 까페의 의자로 다양하게 응용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피에르 폴랭(Pierre Paulin)은 1950년대 맹활약한 스타 가구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다. 1953년 텔레비젼용 가구를 선보이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그는 의자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1960년에 자신의 에이젼시를 설립하고 라디오 방송국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맡았다. 국가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1968년에는 루브르 박물관 프로젝트, 1971년에는 당시 퐁피두 대통령의 엘리제 궁 프로젝트, 1984년에는 미테랑 대통령의 엘리제 궁 프로젝트를 맡았다. 폴랭은 실용성과 미학을 겸비한 획기적인 디자이너로서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커플 가구디자이너도 있는데 바로 쥬네비에브 당글르(Geneviève Dangles)와 크리스티앙 드프랑스(Christian Defrance)이다.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1946년에 만난 두 사람은 어린이 가구를 발명하고, 다수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토성을 의미하는 <사투르누스(Saturne)> 의자는 현대적인 감각의 단순화된 기하학적 디자인과 안락함으로 매우 성공적인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