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너무나 중요한 르네상스는 가구의 역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14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예술계의 르네상스를 간추리면 중세 미술의 쇠퇴와 그 이전의 고전미술인 그리스, 로마미술의 재등장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여러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의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퐁텐블로 에꼴을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앙리 2세 집권부터 16세기말까지 지속되었으며 이 시기를 프랑스 후기 르네상스로 구분한다. 프랑스 장식미술 또는 디자인은 이웃나라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15세기말부터 현격히 변화하였다.
르네상스 시기 프랑스의 왕들은 루아르성에 이탈리아 예술가를 초청하였다. 또한 가구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이탈리아 예술작품을 수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장인 20여명에게 이탈리아풍 가구를 제작하도록 훈련시키기도 하였다.
프랑스 르네상스 가구
프랑스 전기 르네상스 앤틱가구의 특징을 설명하면 가구의 전체적인 형태는 중세가구와 큰 차이가 없으나 장식적인 부분은 이탈리아풍으로 변화한 것이다. 예컨대 큰 틀은 중세의 것을 간직하되, 부분적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멋을 가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중세 고딕양식의 장식적인 요소가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함께 공존한다.
그렇다면 르네상스 문양이란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칸더스’라 불리는 남불에서 흔한 식물의 잎이다. 그리고 넝쿨 식물형태의 무늬도 자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그리스 신전에서 보았던 건축양식이 가구의 장식에 응용된 것이다. 코린트양식의 기둥은 장식장에 흔히 사용되었다.
프랑스 후기 르네상스 가구를 다른 말로 <앙리 2세 앤틱가구>라고도 한다. 이는 시기적으로는 1547년부터 1589년까지 생산된 가구이다. 요약하면, 프랑스 르네상스 전기에는 이탈리아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면, 후기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프랑스 고유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르네상스에 탄생한 가구들
당시 프랑스에서는 이웃나라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가구를 제작하는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고 한다. 가구의 골조가 점진적으로 진화되면서, 16세기 전반에는 새로운 개념의 가구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캐비닛(cabinet)을 예로 들 수 있다. 중세 시대의 캐비닛은 나무 상자 또는 나무 보관함에 가까운 형태로 테이블 위에 놓고 사용하였다. 중세 캐비닛은 좌우의 문을 열면 내부에 작은 서랍들이 있어서 물품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소품에 가까웠던 중세 캐비닛이 르네상스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디자인되어 독립적인 가구 구실을 하게 되었다. 기존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였던 것을 캐비닛의 하단 부분을 새로이 설계하여 전체적으로 사이즈가 두 배로 늘어나면서 지지대 없이 바닥에 독자적으로 놓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서 당연히 내부 서랍의 숫자도 몇 배로 증가하였다. 참고로 캐비닛의 하단 부분은 네 개의 기둥 형태로 다리를 디자인하였다.
또한, 옷장과 그릇을 보관하는 뷔페를 혼합하여 분리형 장(armoire à deux corps)이 탄생하였다. 불어 명칭은 두 개의 몸체를 지닌 장이라는 뜻이다. 이 가구의 특징은 문이 네 개 있다는 것이다. 두 개는 상단에 나머지 두 개는 하단에 위치한다. 한 편 상단과 하단의 사이에는 두 개의 서랍이 있는 디자인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래위가 대칭구조로 구성되었다. 이처럼 상단과 하단으로 나누어진 구조는 가구의 표면을 장식하는 조각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리듬감을 주듯이 상단의 조각이 하단의 조각과 어울리도록 디자인했다고 한다.
퐁텐블로성이나 루아르 고성의 뷔페는 대부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들로 장을 조각했다. 쥬피터, 레다, 머큐리, 다이아나를 예로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도 자주 등장하는 디자인 소재 중 하나이다.
테이블의 경우 이탈리아의 테이블을 거의 그대로 모방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중세 테이블은 두 개의 지지대 위에 나무 널빤지를 올려놓는 방식으로 사용했었다. 마치 요즘 사용하는 간이 테이블처럼 지지대 두 개만 놓고 그 위에 평평한 널빤지를 얹어 사용하는 지극히 단순한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기의 테이블 디자인은 전혀 다른 개념으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이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서 디자인되었기에, 명칭도 이탈리아식 테이블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테이블(table à l’italienne)의 가장자리는 구슬 모양이나 넝쿨식물무늬가 전체적으로 빙 둘러가면서 은은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다리는 육중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겠다. 그리스 신전에 나올 법한 여인의 흉상이 조각되어 있기도 하다.
양쪽의 다리 사이에는 종종 장식적인 역할 뿐 아니라 테이블의 골조를 잘 지탱하기 위한 기능을 하도록 조각된 목판이 있다. 이 부분을 ‘사이에 있다’는 의미를 가진 앙트르투아즈(entretoise)라고 부른다. 또한, 용도나 사람 수에 따라서 테이블의 면적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도록 널빤지 부분을 접이식으로 설계하기도 했다.
의자의 경우, 전형적인 중세의 의자는 등받이 부분이 매우 높았다. 거의 요즘 걸상의 두 배 또는 세 배 높이의 등받이 높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에도 가끔 오래된 성당에서 이를 볼 수 있다. 또한, 의자의 팔걸이 부분이 소파처럼 막혀있었는데, 1550년경부터 팔걸이 부분을 뚫어서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을 덜었다.
또한 ‘세디아 단테스카(sedia dantesca)’라 불리는 이탈리아 의자가 새롭게 등장하였다. 이는 ‘X자’로 접히는 접이식 의자인데 앉는 부분은 가죽을 사용한다. 이 접이식 의자의 기원은 과거 로마 시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르네상스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기 위한 원천으로 과거 그리스, 로마에서 답을 찾았다. 반면 침대의 경우는 중세의 디자인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침대 시트는 비단을 사용하여 훨씬 더 화려해졌다고 한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특파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