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레어
따뜻함과 세련된 실루엣
[아츠앤컬쳐] 굶는 한이 있더라도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사야 하는 후배가 한 명 있다. 직업이 디자이너다 보니 새로운 패션 상품에 대한 호기심이 남들보다 많고 유행에 뒤처지는 것도 용납하지 못한다. 덕분에 그녀를 만나면 항상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고 그녀를 통해 새로운 상품도 누구보다 가장 먼저 구경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처음 몽클레어(Moncler) 패딩 코트가 수입됐을 때도 그랬다.
전 MB 대통령 손녀가 입어서 그리고 방송인 신정환 씨가 불미스러운 일로 기자회견을 할 때 입고 있어서 사건 뉴스보다 더 관심을 모았던 몽클레어를 나는 뉴스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 그녀를 통해서 가장 먼저 알게 됐다.
“언니, 몽클레어를 하나 입어줘야 하는데 말이야… 우리나라에서 사려니 너무 비싸네. 외국 나갈 시간도 없는데…”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는 후배라 가격과 관계없이 패션 상품 쇼핑은 즐겨하는 그녀인데 그날따라 후배답지 않게 가격으로 고민을 하길래 그러면 나중에 해외 출장 갈 일이 있을 때 구입하라고 했다. 지금이야 수백만 원대의 수입 브랜드 패딩코트가 많이 수입되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기껏해야 수십만 원대의 패딩코트가 전부였던 그때만 해도 수백만 원하는 패딩코트는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밍크코트도 아닌데 수백만 원이 말이 되느냐며 그냥 갖고 있는 패딩코트 입으라고 했더니 후배는 몽클레어는 패딩계의 샤넬이라고 반박하며 말했다.
“여자들이 샤넬백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 언니도 알잖우.”
며칠 후 후배는 한 옥타브는 올라간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매일매일 몽클레어를 노래 불렀더니 남자친구가 생일 선물로 사주겠다고 했단다. 남자 친구는 또 무슨 죄라고 명품백도 부족해 고가의 패딩코트까지 사줘야 하는 거냐며 내가 시어머니 같은 잔소리를 해댔다. 후배는 괜찮다고 말했는 데도 남자친구가 생일선물 해주기로 한 거라며 선물 받고 난 후 언니에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내가 들어본 그녀의 목소리 중에 가장 쾌활하고 밝은 목소리였다.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12월, 후배와 점심을 먹기로 한 날 그녀가 다크 브라운 색상의 몽클레어 패딩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역시 소문대로 예뻤다. 비싼 건 달라도 뭔가 다르구나 생각하며 날씬해 보이고 참 예쁘다고 칭찬했는데 그녀의 답은 의외였다.
“언니, 엉덩이 시려. 시려도 너~~~무 시려. 몸뚱이는 땀날 듯이 따뜻하고 엉덩이는 얼어붙을 것 같이 추워. 엉덩이 덮는 긴 패딩은 너무 비싼 거야. 언니 몽클레어 값 알잖아. 남친에게 미안해서 제일 싼 걸 고른다고 엉덩이도 안 덮는 거 골랐더니 엉덩이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남자친구가 사준다는 말에 신나서 몽클레어 매장까지 가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백만 원대의 패딩을 사달라고 하기에는 후배도 양심이 있었던 거다. 결국, 매장에서 제일 저렴한 엉덩이가 드러나는 짧은 재킷형 패딩을 골랐는데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엉덩이가 어찌나 시린지… 입을 수도 없고 안 입을 수도 없고 고민이라고 했다. 기왕 선물 받는 거 눈 딱 감고 염치없이 긴 코트로 할 걸 그랬다는 그녀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몽클레어가 아니더라도 엉덩이 덮는 긴 코트를 입고 다니라고 했더니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후배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언니, 그래도 이거 입어야지. 몽클레어잖아!”
몽클레어는 그녀에게 그런 존재다. 엉덩이가 떨어져 나갈지언정 포기할 수 없는 상체를 감싸고 있는 몽클레어의 따뜻함과 세련된 실루엣! 그리고 몽클레어가 주는 럭셔리한 가치!
스무 살 시절 한겨울에도 짧은 치마를 포기하지 않는 나를 보고 엄마는 멋 내다가 얼어 죽겠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하나를 포기할지언정 또 하나는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는 거다. 그걸 자존심을 건 가치라고 하면 그녀에게 몽클레어가 그런 존재다.
몽클레어(Moncler)는 60년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패션의 왕국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브랜드답게 한겨울 추위에도 포기할 수 없는 스타일과 럭셔리한 감성을 추구하는 도심의 멋쟁이들을 위한 최고의 럭셔리패션 브랜드임에는 틀림없다. 나 역시 후배를 타박해놓고서 외국 출장길에 몽클레어 매장을 기웃거린 걸 보면 말이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추워지니 나도 모르게 몽클레어에 손이 간다. 가볍고 따뜻함뿐만이 아니라 스타일리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먼저일 것 같다.
유난희
명품 전문 쇼호스트, 저서 <명품 골라주는 여자> <아름다운 독종이 프로로 성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