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으로 행복은 살 수 없다
[아츠앤컬쳐] 가져도 가져도 더 가지고 싶은 욕망을 경고하는 신화 이야기가 있다. 미다스의 이야기다. 미다스는 영어로 ‘마이더스’라고 한다. ‘마이더스의 손’하면 돈을 버는 재주, 대박을 터뜨리는 능력을 뜻한다. 손대는 사업마다 번창하는 경영인에게도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호칭은 최고의 찬사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다스 왕은 부러움의 대상만은 아니다. 미다스의 손이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탐욕과 욕심에 대한 경계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미다스는 부자로 이름난 프리지아의 왕이었다. 어느 날 농부들이 미다스왕에게 노인 한 명을 데리고 왔다. 그 노인은 뚱뚱하고 머리는 벗겨진데다 들창코를 한 이 노인은 낡은 옷을 입은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그 노인을 천천히 살펴보던 미다스 왕은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술과 황홀경의 신인 디오니소스 신의 양아버지이자 스승인 실레노스였다. 디오니소스 신이 스승과 친구들과 함께 프리지아로 여행을 왔는데 스승이 그만 술에 취해 숲에서 잠들어버린 것이었다. 미다스 왕은 열흘 동안 주연을 베풀며 노인을 극진히 대접하고 보살펴주었다.
스승을 모시러 온 디오니소스는 미다스 왕에게 고마워하며 “소원이 있으면 뭐든 들어주겠소.”라고 말했다. 미다스 왕은 순간 욕심에 눈이 멀어 대답했다.
“제 손이 닿는 것마다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해주십시오.” 디오니소스는 “그대가 원하는 대로 되리라” 약속하고 돌아갔다.
‘정말 손이 닿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할까?’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미다스는 뜰에 있는 나뭇가지를 꺾어보았다. 그러자 황금가지로 변했다. 신기한 왕은 이번에는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하나 따 보았다. 사과 역시 황금 사과로 변했다. 미다스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만졌다. 돌멩이도, 잔디도 그가 만지는 것마다 모두 금으로 변했다.
미다스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축배를 들고 싶었다. 그런데 포도주가 황금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식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빵에 손을 대자 빵이 금으로 변해 단단해져버렸다. 미다스는 크게 당황했다. 사방에는 황금으로 넘쳐났지만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었다.
미다스 왕은 그제야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 빵 한 조각도 먹을 수 없고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는데 황금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디오니소스가 왜 다른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 공주가 나와서 괴로워하는 미다스 왕에게 물었다.
“아버지. 왜 그렇게 슬퍼하세요?”
미다스 왕은 슬픔이 복받치며 공주를 끌어안았다. 그런데 공주마저 싸늘한 황금동상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무서운 재앙 앞에서 미다스는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미다스는 손만 닿으면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하는 능력을 떨쳐내려고 두 손을 마구 털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털어내도 그 능력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결국, 미다스는 축복을 받은 손이 아니라 저주를 받은 손, 그 양쪽 손을 허공으로 쳐들고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엎드렸다.
“제발 이 고통스러운 능력을 다시 가져가주십시오.”
미다스 왕이 눈물로 애원하자 디오니소스는 그에게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대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는가? 그렇다면 파톨로스 강으로 가라. 가서 그대의 몸을 씻으라. 그리고 그대의 경솔함과 그에 대한 죄를 씻도록 하라.”
미다스 왕은 한달음에 파톨로스 강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디오니소스가 알려준 대로 그 강물에 몸을 씻었다. 미다스 왕이 강물에 손을 씻는 순간 금을 만드는 능력이 강물로 옮아갔다. 순간 모래가 반짝반짝 빛났다. 강바닥의 사금은 그렇게 생겨났다.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던 것을 알게 된 미다스는 그 마법에서 풀려나 기뻐했다. 그 후로 미다스는 부귀를 누리던 생활을 청산하고 소박한 일상에 행복해하며 지냈다.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던 경영인들이 비참하게 몰락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탐욕과 과욕이 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신화 속의 미다스 왕처럼 말이다. 신화 속에서 디오니소스는 미다스 왕을 너그럽게 용서했다. 그러나 현실 세상은 과욕과 탐욕에 그다지 너그럽지 않다. 만일 미다스가 이런 소원을 빌었다면 어땠을까.
“아주 작은 일상에도 언제나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십시오.”
그랬다면 황금보다 더 큰 행복을 얻고 진짜 부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미다스처럼 그렇게 늦게야 깨닫는 인생의 느림보들인지도 모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잘 알려진 글에서처럼,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지만 가정을 살 수는 없다. 침대를 살 수 있지만 잠을 살 수는 없다. 시계를 살 수 있지만 시간을 살 수는 없다. 책을 살 수 있지만 지식을 살 수는 없다. 지위를 살 수 있지만 존경을 살 수는 없다. 약을 살 수 있지만 건강을 살 수는 없다. 피를 살 수 있지만 생명을 살 수는 없다. 쾌락을 살 수 있지만 사랑을 살 수는 없다.
황금만능시대라고들 하지만 황금은 만능이 결코 아니다. 황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많고, 황금이 없이도 누릴 수 있는 것도 많다.
글 | 송정림 방송작가·소설가
<내 인생의 화양연화>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사랑하는 이의 부탁> <감동의 습관> <명작에게 길을 묻다>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성장비타민> <마음풍경> 등의 책을 썼고, <미쓰 아줌마> <녹색마차> <약속> <너와 나의 노래> <성장느낌 18세> 등의 드라마와 <출발 FM과
함께> <세상의 모든 음악>등의 방송을 집필했습니다. 순간순간 설레는 마음으로, 뭉클한 감동으로 살자가 삶의 모토. 그래서 부지런히 행복 연습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