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랑한다

 

[아츠앤컬쳐] 신화 속에서 사랑에 빠져든 여인이 있다. 그녀는 사랑에 용감했다. 사랑을 위해 다 버릴 줄 알았고, 사랑을 위해 희생할 줄 알았다. 그녀의 이름은 아리아드네. 그녀는 연인이 위기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없이 그녀의 연인 테세우스는 미궁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미로 속에 갇힌 연인을 구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리아드네의 아버지인 크레타의 미노스 왕은 해신 포세이돈에게 간청했다.

“바닷속에 있는 황소를 보내주십시오. 그 황소는 곧 다시 제물로 바치겠습니다.”

포세이돈은 아름답고 신성한 황소를 보내주었다. 덕분에 미노스는 크레타의 왕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근사한 그 황소를 다시 제물로 바치는 게 아까워진 미노스는 아름다운 황소는 깊이 감춰두고 외양간에 있던 보잘것없는 황소를 제물로 바쳤다. 포세이돈은 격노했다.

“미노스의 아내인 파시파에가 그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버리겠다.”

포세이돈의 저주에 걸려든 파시파에는 사람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 결과 파시파에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미노스의 황소’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노타우로스는 절반은 황소, 절반은 인간으로 사람 고기를 먹어야 했다. 이 괴물이 창피했던 미노스는 고심하다가 건축가인 다이달로스를 불러 명령을 내렸다.

“한번 들어가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을 짓도록 하라.”

손재주 좋은 다이달로스는 ‘라비린토스’라고 하는 미궁을 만들어냈다. 미궁 속에 들어가면 미로를 만나게 되는데 길과 길이 꼬불꼬불 이어져 있고 골목과 골목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설계 도면이 없이는 도저히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 ‘미궁 속에 빠졌다’고 한다.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에게 엄포를 놓았다.

‟만약 네가 만든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자가 있으면 너를 그곳에 가두리라.”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그 미궁 속에 가둬버렸다. 미로 속에 갇힌 미노타라우스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미노타라우스를 꽁꽁 감춰놓기는 했는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식성이 좋은 미노타라우스가 먹을 식량, 즉 제물로 바쳐지게 될 사람이 문제였다. 미노스는 괴물에게 줄 인간을 조달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고, 아테네와의 그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후, 해마다 아테네의 젊은 남녀 14명이 괴물의 먹이로 희생되어야 했다. 그 당시 약소국인 아테네에서는 매해 공물이 될 남녀가 정해져야 했다. 아테네의 왕자인 영웅 테세우스는 죄 없는 백성들이 미노타라우스의 먹이로 희생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테세우스는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질 젊은이들 틈에 끼어 크레타로 갔다. 그가 크레타에 내리는 순간 크레타의 공주인 아리아드네는 영웅 테세우스에게 첫눈에 반했다. 아리아드네는 건축사 다이달로스를 찾아갔다.

“제발 미로의 설계 도면을 저에게 주세요. 그를 위험에서 구해야 돼요.”

그러나 다이달로스의 설계도면은 이미 미노스 왕이 불태워 없애버린 후였다. 아리아드네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달라고 매달렸다. 하는 수 없이 다이달로스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 일이 나중에 발각되면서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에게 벌을 받아 아들인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 속에 갇히게 된다.) 아리아드네는 다이달로스가 알려준 대로 실이 잔뜩 감겨 있는 실타래를 가지고 테세우스를 찾아갔다.

“미궁 속에 들어갈 때 이 실의 끝을 입구의 철책에 묶어두세요. 그 안에서 어디를 다니든 실을 풀면서 움직이세요. 되돌아오는 길을 찾으려면 이 실을 다시 되짚어 따라오면 돼요.”

테세우스는 미궁 속에 들어갈 때 아리아드네가 건네준 실타래를 품 안에 품고 들어갔다. 아리아드네의 말대로 미궁의 입구에 실 뭉치의 끝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미로 속으로 들어가며 실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실을 풀어가면서 미로 속을 한참이나 헤맨 끝에 괴물 미노타라우스를 찾아냈다. 테세우스는 그를 때려죽이는 데 성공했다. 그에게 남은 일은 제물로 바쳐진 젊은이들을 데리고 미궁 밖으로 빠져나가는 일이었다. 그에게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있었다. 그는 실타래를 거머쥐고 바닥에 깔린 실의 가닥을 잡고 살살 잡아당기면서 되짚기 시작했다.

미궁의 밖에서는 아리아드네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리아드네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버렸다. 심장이 조여들 듯한 기다림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미궁 밖으로 테세우스가 나왔다. 아리아드네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테세우스는 그녀를 데리고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나가 배에 올랐다.

아리아드네라고 왜 사랑 앞에서 고민이 없었을까. 아버지를 배신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연인을 살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 더 어려운 일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 일이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했고, 사랑을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 그를 사랑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랑이 지닌 비극성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프고 슬퍼도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머리로만 사랑을 계산하고 사랑도 성공의 도구로 삼으려 하는 사람들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다운 슬픔을 겪는 사람은 행운아다.

그래서 혹자는 이런 말을 남겼나 보다. 사랑을 하지 않고 아프지 않는 것보다, 사랑을 하고 아픈 사람이 훨씬 행복하다고…

글 | 송정림 방송작가·소설가
<녹색마차>, <약속>, <너와 나의 노래>, <성장느낌 18세> 등의 드라마와 <출발 FM과 함께>, <세상의모 든 음악>, <심혜진의 시네타운> 등의 FM, 「명작에게 길을 묻다 1, 2」,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성장비타민」, 「마음풍경」 , 「뭉클」, 「감동의 습관」,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사랑하는 이의 부탁」 등의 책을 썼다. 순간순간 설레는 마음으로, 뭉클한 감동으로 살자가 삶의 모토. 그래서 부지런히 행복 연습을 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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