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날개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
[아츠앤컬쳐] 신화에서 유래한 ‘이카로스의 날개’라는 말은, 아주 높은 곳까지 날아오르다가 추락하는 것을 상징한다. 이카로스는 이제 헛된 욕망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예전에 패기와 열정만으로 재벌의 꿈을 키우다가 몰락한 청년 실업가들을 ‘이카로스의 후예’라고 일컬었다. 또, 흑인 해방운동을 하다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보낸 괴한들의 총에 맞아 죽은 말콤 엑스를 ‘검은 이카로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높이, 높이, 더 높이 날아오르다가 태양 가까이에서 그만 빠르게 추락하고만 이카로스, 과연 무엇이 이카로스를 그 높은 곳으로 이끌었을까?
이카로스는 다이달로스의 아들이었다. ‘지상의 헤파이스토스’라는 별명을 가진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의 딸인 아리아드네가 도망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와 함께 미로를 탈출해 도망을 가버린 사실을 알게 된 미노스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펄펄 뛰었다. 격분한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미궁 속에 가두고 말았다. 그리고 절대 도망치지 못하도록 군사들을 동원해 미궁을 겹겹이 에워싸게 했다. 바다로 나가는 배들도 모두 철저하게 수색했다.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 속에 갇힌 다이달로스는 아무리 궁리해도 빠져나갈 방도가 없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다이달로스는 한숨을 내쉬며 아들을 쓰다듬다가 답답한 마음에 미궁의 제일 높은 곳, 첨탑의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첨탑 위로 새떼들이 날아올랐다. 다이달로스는 그제야 지붕이 뚫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로 위로 새들이 빙빙 돌며 날아다녔다. 그런데 새들이 힘차게 날갯짓을 하다가 깃털을 자꾸 떨구었다. 다이달로스는 그 깃털을 주워서 들여다보았다. 그 모양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깃털의 밑은 넓적하고 위는 구부러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순간 다이달로스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다이달로스는 첨탑에 떨어진 새의 깃털을 모으기 시작했다. 깃털을 다 모은 다이달로스는 작업을 시작했다. 큰 깃은 옷에서 뽑아낸 실로 묶었다. 그리고 작은 깃은 미궁의 천장 모서리에서 긁어낸 양초의 밀랍으로 붙였다. 마침내 커다란 날개 두 개가 완성되었다. 다이달로스는 자신도 날개를 달고 아들 이카로스에게도 날개를 달아주며 말했다.
“아들아, 너무 높게 날아오르면 안 된다. 태양이 밀랍을 녹여버릴 거야. 너무 낮게 날아서도 안 돼. 날개가 물에 젖게 될 거야. 나를 따라서 적당한 높이로 날아야 한다. ”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는 그렇게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카로스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적당한 높이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성공적인 탈출이 눈앞에 있었다. 그런데 이카로스는 하늘을 나는 기분에 도취되었다.
푸른 바다와 여러 섬을 눈 아래로 굽어보며 나는 기분은 그를 우쭐하게 만들었다.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당부를 잊고 말았다. 그래서 조금씩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높이,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었다. 이카로스는 날개를 세워 높이 날아올랐다. 높이 날아올라 내려다본 세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또 한 번 날개를 세워 더 높이 날아올랐다. 아득히 비상했다. 이카로스는 이제 창공의 한 점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때였다. 태양이 그의 날개를 녹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르고 오르고 또 오르는 이카로스. 깃털을 이어붙인 밀랍이 태양열에 녹는 것도 잊어버렸다. 오직 날아오르는 데만 도취되었다. 태양과 가까워진 이카로스의 날개는 결국 밀랍이 녹아내려 새의 깃털들이 하나하나 분해되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악! 너무 높이 날아올랐어!”
이카로스는 그제야 아버지의 충고를 떠올렸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카로스의 날개, 그 깃털들은 조각조각 바다로 떨어져 내렸고 이카로스는 아득히 추락하고 말았다. 비상보다 추락은 그 속도가 훨씬 빨랐다. 앞에서 날아가던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뒤돌아 봤을 때는 이미 이카로스가 바다에 추락하고 난 후였고 몇 개의 깃털만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오, 이카로스! 나의 아들아!”
아버지의 슬픈 울음소리만 바다 위를 떠돌 뿐, 더 이상 이카로스는 찾을 수 없었다. 바다 위에는 그저 하얀 포말만이 무심히 잦아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 후 이카로스가 추락한 그 바다는 ‘이카로스의 바다’라는 뜻으로 ‘이카리아 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카로스를 높이, 더 높이 날아오르게 만든 것은 바로 ‘도취’였다. 성공에 도취된 자는 더 성공하고 싶어진다. 돈의 맛에 도취된 자는 더 많이 갖고 싶어진다. 그 성공과 돈이 잠시 빌려 입은 옷이라는 것은 까마득히 잊어버린다.
바빌로니아 신화에는 에타나 왕이 등장한다. 그는 탄생의 식물을 얻기 위해 독수리 등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그런데 그만 너무 높이 올라가는 바람에 정신을 잃고 떨어져버린다. 바로 그 에타나의 몰락을 묘사한 서사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 빌린 날개로는 하늘을 날지 말지어다. -
도전하는 것은 좋다. 이끌림이 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용기가 있으니까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향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것인가. 꿈의 속도, 그 계기판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인생에도 한계 주행속도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 돌아봐야 한다. 잠깐 빌린 날개로 너무 높이 날아오른다면 그것은 용기가 아닌 만용이다. 도전이 아닌 무모한 시도다. 꿈이 아닌 탐욕이다.
글 | 송정림 방송작가·소설가
<녹색마차>, <약속>, <너와 나의 노래>, <성장느낌 18세> 등의 드라마와 <출발 FM과 함께>, <세상의모 든 음악>, <심혜진의 시네타운> 등의 FM, 「명작에게 길을 묻다 1, 2」,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성장비타민」, 「마음풍경」 , 「뭉클」, 「감동의 습관」,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사랑하는 이의 부탁」 등의 책을 썼다. 순간순간 설레는 마음으로, 뭉클한 감동으로 살자가 삶의 모토. 그래서 부지런히 행복 연습을 하며 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