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경계선 허물기

 

[아츠앤컬쳐] 문화의 테두리 안에 공존하고 있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벽을 허물고자 서로 다른 장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제5회 뉴이탈리아영화예술제!

펠리니 회고전
펠리니 회고전

 

새로운 스타일의 뉴이탈리아영화예술제
한국과 이탈리아는 지정학적인 유사성으로 정치, 문화, 민족성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3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베니스영화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탈리아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뉴이탈리아영화예술제는 새로운 스타일로 이탈리아영화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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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상영, 출판, 공모전으로 나뉘어 연 2회 개최되는데, 전시 부문은 대중예술인 영화와 순수예술인 사진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현대 이탈리아 영화들을 사진이라는 정지된 장면을 통해 일차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탈리아 체세나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클릭착영화장면사진 공모전’의 수상작들을 초청하여 현대 이탈리아영화 경향을 사진을 통해 먼저 감상하게 된다.

광대들
광대들

 

또한,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 안나 마냐니 배우전을 통해 네오리얼리즘 영화로 영광을 누렸던 이탈리아를 다시 돌아본다. 영화스틸사진은 홍보나 자료로서의 보조적 역할과 기술적인 요소로만 여겨왔기 때문에, 촬영감독이나 사진작가는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영화의 장면 촬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과거나 마찬가지로 합당한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토리노국립영화미술관 디렉터인 알베르토 바르베라에 의하면 “영화 전체가 아닌 장면 하나로 순간적으로 응축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으며, 매초 24컷이 지나가는 동안 영화가 가진 궁극적인 의미를 찾기 위해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 각 장면마다 부여된 의미를 곱씹는다”고 한다.

달콤한 인생
달콤한 인생

 

<꿈의 배>에 탑승하는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 그리고…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포스터에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꿈의 배(E la neve va)>에 나오는 코뿔소가 나온다. 이 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자면 ‘그리고 배는 저곳으로 간다’의 의미로 ‘체념과 희망, 불가항력, 숙명 그리고 공허한 미래의 어느 항구에 도착하게 됨’을 말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첫 장면의 호화기선이 아닌 작은 노 젓는 배가 등장하고 그 배는 항해를 계속한다. 오래된 태고의 동물인 코뿔소 한 마리가 끊임없이 노를 젓는 사람에게 우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펠리니는 이 영화를 ‘매체에 대한 영화’라고 하며, 멸종의 위기에 놓인 동물인 코뿔소는 영화를 상징한다고 했다.

로마
로마

 

그는 영화 일을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 후부터는 다른 작품들이나 동료 감독들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한다. 환상과 꿈의 세계를 영화로 승화시킨 펠리니 사후 20주년을 기념하여 초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작품 9편으로 구성된 회고전을 한다. 상영되는 작품들로는 거짓 사랑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는 신부를 그려내는 <백인추장>(1952), 감독의 고향인 리미니를 배경으로 작은 해변 마을에서 빈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다섯 명의 게으름뱅이들의 삶을 따라가는 <비텔로니>(1953), 우리 시대의 거짓 개념, 왜곡, 부패를 묘사하는 <달콤한 인생>(1960), 도덕주의 안토니오 박사의 망상으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1962), 한 주부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혼의 줄리엣>(1965)은 감독의 부인이 출연했으며, 색다른 상상력, 색채 활용으로 시공간, 상상, 기억 속을 자유로이 이동한다. 인간의 지식을 망가뜨리는 통신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자기 파괴적인 문명을 증언하고 있는 <진저와 프레드>(1985)는 우리가 살고 있는 TV로 코드화된 비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주며, 텔레비전, 광고, 소비자 사회의 저속함을 보고하고 있다. 이외에도 <로마>(1972), <광대들>(1970), <죽음의 영혼>(1968)으로 펠리니의 영화들은 우리가 행복한 이유를 전하고 있다.

백인추장
백인추장

 

그 이유는 우리가 모두 비슷한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제13회 세계 이탈리아언어주간 축하 행사 중 하나로 기획된 이번 회고전에 대해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장 안젤로 조에(Angelo Gioè)는 전하고 있다.

보카치오70
보카치오70

 

“페데리코 펠리니는 이탈리아 실제 삶을 반영하는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 틀 안에서만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영화들의 시점과 접근방법은 더욱 예술적이고, 미묘하고, 시적인 작품들을 연출하는 것이었으며 모든 재능을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는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 위한 언어를 찾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열정과 열망 덕분에 그의 대표작 <길>이 개봉되어 평단뿐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높은 평가를 받아 그의 이력에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길> 이후의 펠리니 작품들은 인간의 전형적이지만 복잡한 특징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인간본성’이라는 섬세하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펠리니 감독은 여전히 영향력 있는 모더니즘 스타일리스트로 생각합니다.”

비텔로네
비텔로네

 

또한, 현존하는 거장 감독들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포커스’ 부문에는 난니 모레티의 <하베무스파팜>과 타비아니 형제의 <시저는 죽어야 한다>를 상영하였다. ‘뉴포커스’ 부문에서는 주목받는 젊은 감독의 장편을 선정하였는데, 올해는 베니스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기를 누렸던 파올로 주카 감독의 <레프리>가 한국의 마니아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영혼의 줄리에타
영혼의 줄리에타

 

이탈리아적인 단편영화가 전해주는 감동 그리고…
이탈리아 초기 영화가 보여준 영화적 역량을 바탕삼은 젊은 영화세대들의 새로운 감성을 그들만의 영화적 방식으로 녹여 내리고 있는 단편영화들이 하이라이트이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새로운 영화들을 만나는 감상의 즐거움에만 의의를 두지 않는다. 주최 측인 이탈치네마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영화제들에 초청될 수 있는 한국단편영화공모전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독립영화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지는 영화적 기반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공모
전이다.

죽음의 영혼
죽음의 영혼

 

뉴이탈리아영화예술제는 문화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담아내는 영화 중심 복합 예술제로 이탈리아와 한국의 상호문화교류를 추구한다. 그리고 이탈리아영화를 감상하는 포인트는 다음이다. “대중예술이라는 경계를 벗어난 영화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사회, 역사, 정치적인 뉘앙스를 담은 영화들이 많은 이탈리아영화들을 지루하고 어렵다고 하지만, 영상이미지로는 국경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마니아층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접할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것이 이탈리아 문화이다. 마치 스파게티와 피자가 가끔 먹고 싶듯이…”

진저와 프레드
진저와 프레드

 

정란기
이탈리아 문화와 영화를 사랑하는 단체인 이탈치네마(italcinema.com), 뉴이탈리아 영화예술제(www.ifaf.co.kr)를 주최하는 등 이탈리아와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엮은 책들과 역서로 <영화로 떠나는 시네마천국_이탈리아>, <난니모레티의 영화>, <비스콘티의 센소_문학의 재생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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