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Avedon at Gagosian Gallery

 ⒸThe Richard Avedon
 ⒸThe Richard Avedon

[아츠앤컬쳐] 지금쯤 첼시는 적막하리라. 가고시안에서 연장전시 중인 리처드 에비든 사진전을 보기 위해 첼시로 향한다. 현재 뉴욕 미술시장의 중심지인 첼시는 18년 전 처음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던 시절 한참 예술인마을로 유명했던 소호에 비해서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은 아닌지라 무더위에 옐로캡을 탔다. 거의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다음전시 설치 중’이라는 메모와 함께 문이 닫혀있었다.

avedon_film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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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미술시장은 무더운 여름철 베짱이처럼 쉬어간다. 갤러리스트들은 직원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거나 작가들을 찾아 앞으로 다가올 전시들을 조용히 준비한다. 첼시 지역에만도 무려 300여 개의 갤러리들이 있으니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겠지만 각 갤러리들은 나름의 색깔을 유지하며 어려운 시기에도 아트마켓의 메카로 그 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avedon_Veruschka
avedon_Veruschka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아트딜러 레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 b.1945)은 첼시에 두 개의 갤러리와 미드타운 명품 거리인 매디슨 에비뉴에 또 하나의 갤러리 그리고 포스터와 책·선물 등을 판매하는 샵을 경영하고 있다. 세계적 블루칩 전속작가 군을 자랑하는 가고시안 갤러리는 파리, 로마, 런던, LA, 아테네, 제네바, 홍콩에 11개의 갤러리를 운영하며 한해에 58개의 미술관급 전시를 선보인다.

가고시안은 LA에서 태어나 모교인 UCLA 근방에서 포스터가게를 시작하여 갤러리를 오픈하였고 작가 선별의 귀재 또 작품의 가격을 올려놓는데 천부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2011 아트리뷰 파워 100인에서 4위를 차지하였다.

avedon_Jean Shrimpton
avedon_Jean Shrimpton

블랙 앤 화이트. 미니멀한 사진 양식의 속에서 인물들은 그들 고유의 캐릭터와 생명력을 뿜어낸다. 20세기 사진사에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낸 리처드 에비든은 1994년에 출판된 책 <EVIDENCE 1944-1994 RICHARD AVEDON>에서 "모든 사진은 정확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진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진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 작은 프레임 안에 이미지 스토리를 담아 평면으로 옮기는 작업에 한계를 느끼던 시절, 사진이란 최절정의 찰나를 잡아내어 사각의 틀 안에 감금시켜버리는 작업이란 관점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살아숨쉬고 있는 순간들을 박제시키어 관속에 가두어버리는 찰나를 사형시키는 작업이다는 논쟁을 즐겼었다.

에비든의 작업을 처음 만났다... 지금 막 살아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프레임 속의 납작해진 평면 인화지 안에서 생명력을 토해내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보다 더 자신다운 내지는 꿈틀거리고 있는 내면의 그 무엇을 자유롭게 터트려내고 있는 것을, 사진이기에 잡아낼 수 있는 리얼리티와 오히려 찰나를 감금시켰기에 버둥대며 뿜어나오는 기운을 느꼈다. 에비든에게는 어떤 힘이 있었던 것일까?

avedon_Wedding of Mr. and Mrs. H.E.Kennedy_1961
avedon_Wedding of Mr. and Mrs. H.E.Kennedy_1961

1923년 맨해튼에서 옷가게를 경영하던 러시안-유대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에비든은 어린 시절 예민한 성격 탓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였다. 콜롬비아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였고 미국상선협회 사진부서에서 2년간 근무, 뉴스쿨에서 스승 알렉세이 브르도비치를 만나 본격적으로 사진공부를 시작한다. 이후 60여 년의 세월을 사진과 함께했다.

그는 사진을 통해 삶, 죽음, 계급사회, 인종, 정체성에 관해 관조하였고 에비든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미니멀리즘. 스튜디오에서 흰 백그라운드를 사용 뒷배경을 여백으로 비움으로써 인물들의 표현, 감정, 움직임,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형상을 극대화시키기에 성공하였다. 프레임 안의 요소를 최소화시킴으로 인물 캐릭터와 내면 연기를 잡아내는 데 집중하였고 대형카메라를 사용하여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는 섬세한 디테일들을 확대시켜 현실보다 더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해냈다. 또한, 그만의 예리한 감각과 창의성으로 창조되어진 이미지들은 실제 인물보다 더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몸짓·웃음·절규가 진실이 아닐지라도 그들은 삶의 한 귀퉁이에서 표현해 낼 수 있는 무엇을 분출해내었고 그 이미지들은 우리를 매혹시킨다.

avedon_Elise Daniels_Turban by Paulette_Pre-Catalan_Paris_1948
avedon_Elise Daniels_Turban by Paulette_Pre-Catalan_Paris_1948

20세기에 사진을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부각시켜놓은 에비든은 패션잡지 하퍼스바자 (Harper's Bazaar), 보그 (Vogue), 룩 (Look) 등에서 패션사진작가로 활동하며 피카소, 마릴린 먼로, 샤넬, 앤디 워홀, 힐러리 클린턴을 포함한 수많은 모델, 뮤지션, 아티스트, 정치인, 영화배우,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였고 1992년 뉴요커 (The New Yorker) 수석 사진작가가 되었다. 그는 패션뿐만이 아닌 미국 인권운동, 전쟁반대시위, 베를린 장벽 붕괴 등의 사회적 이슈를 놓치지 않았고, 암으로 돌아가시는 아버지를 지속적으로 촬영 죽음에 관해 이야기했고, 정신병원, 미국서부사람들, 광부,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등 아름다움뿐만이 아닌 우리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공유하려 하였다.

avedon_dovima_eleph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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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든은 살아있는 동안 미국 최대규모의 미술관 메트로폴리탄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올리는 영광을 누렸다. 2004년 미국 선거운동에 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에비든은 10월 텍사스에서 뉴요커 잡지를 위한 촬영 중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글 | 장신정
아츠앤컬쳐 뉴욕특파원, 전시 & 프로그램 기획. NYU 예술경영석사. 전 MoMA P.S.1. 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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