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es 161×200.캔버스에 유화. 1997
Oranges 161×200.캔버스에 유화. 1997

 

[아츠앤컬쳐] 낙천적인 원주민들의 웃음과 커피 향 가득한 나라 콜롬비아! 콜롬비아를 세상에 널리 알린 인물은 3명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명은 예술가이며 다른 한 명은 범죄자이다.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을 집필하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ía Márquez, 뚱뚱한 사람과 정물을 주제로 조각과 그림을 그리는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그리고 전설적인 마약상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milio Escobar Gaviria가 그 3인이다.

그중 오늘의 주제인 화가 보테로에 관해 소개해 본다. 1942년 콜롬비아 메데진 지역에서 태어나 90세인 지금까지도 많은 작품을 완성하고 있는 페르난도 보테로는 가장 성공한 남미의 화가이다. 그는 인간의 몸을 확장하여 풍만하고 감정이 적절하게 베인 얼굴 표정과 유머러스한 몸의 형태를 통해 남미 특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그의 초기 그림은 관찰자에게 여유와 기쁨을 주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엔 세상의 사회적인 이슈와 함께 인간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고발하는 형태의 그림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가 1997년 완성한 <오렌지Oranges> 작품은 현재 보고타의 보테로 미술관Museo Botero에 소장된 작품이다. 캔버스 가득 노란색으로 배경을 채운 상태에서 4개의 온전한 오렌지와 상부가 잘린 한 개의 오렌지, 먹기 좋게 잘린 한 조각의 오렌지, 그리고 이 오렌지들 밑에 있는 주황색에 가까운 테이블크로스, 전체적인 비례와는 상관없이 너무도 작게 그려진 포크와 나이프가 있다.

이 작품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그것은 오렌지라는 과일이 아닌 남미의 태양 빛과 그 태양 빛이 만들어 낸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식사 후의 디저트가 아닌 이 오렌지들이 식탁 위로 오기까지의 과정들이 연상되듯 불규칙적인 리듬이 4개의 오렌지 사이에 흐르고 있다. 동시에 시각적인 강렬함이 잘려 나간 오렌지의 단면과 조각 사이로 풍기며 캔버스 전면에 흥분과 쾌감을 전달한다. 식탁 위, 한 조각 오렌지를 시식하기 바로 직전의 시간적 긴장감까지도 관찰자에게 전달하면서 남미 특유의 색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태어난 지역성과 본인의 유년 시절의 불행을 선명한 색감과 시각적 자극으로 환원하여 자신과 콜롬비아의 정체성을 그려낸 것이다.

지난달 내가 방문한 보고타는 참으로 부러운 점이 있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국의 예술가를 지켜내려는 의지와 기술적인 시스템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공항의 곳곳에서 관찰되는 보테로의 작품 이미지들은 내가 한국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다른 온도 차이가 있었다. 적어도 이 나라 콜롬비아는 남미의 가난한 나라이지만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존중이 있다는 점이었다.

 

김남식
김남식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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