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집시의 기원을 9세기경으로 어림하니, 이들 소수 인종의 뿌리는 깊디깊다. 그러나 그들은 땅이 아니라 바람에 뿌리를 내렸다. 바람 위에 집을 짓고, 바람 안에서 일가를 이루어 끊임없이 떠돈다.
여기까지가 자발적 선택으로서의 자유, ‘떠도는 삶’으로서 낭만적인 옛 집시 이야기라면, 오늘날의 집시들은 ‘떠밀린 삶’으로서의 거부당하고 차별받는 소수 인종을 대표한다. 유럽연합 25개국에서 무슬림이나 아시아계보다 더 극심한 차별을 받는 소수
인종 혹은 이주민 집단이 집시다.
전 세계 집시들의 절반 가까운 수가 유럽에 거주하는데, 거의가 극우파의 폭력에 시달리거나 주거, 고용, 교육 등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권역에서 박해와 차별을 받고 있다. 1989년 동구권의 이념 붕괴로 자유를 찾아서 프랑스로 건너간 루마니아 집시들에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떠도는 삶이든, 떠밀린 삶이든 - 비록 바람일지라도 뿌리를 내린 줄기에서는 꽃이 핀다. 그 꽃은 노래이거나 악기의 선율, 춤이기도 하고 때론 인간의 얼굴에서 피었다 산화하는 미소이기도 하다.
사진가 성남훈은 1991년부터 프랑스와 유럽을 돌며 집시들을 사진에 담았고, 이 흑백사진들 중 12장이 1992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르 살롱’ 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집시’ 흑백 빈티지 시리즈 15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리고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2022,8,11-11,11)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사진·글 | 성남훈
프랑스 파리 사진대학 ‘이카르 포토(Icart Photo Ecole de Paris)’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 프랑스 사진통신사 ‘라포(Rapho)’의 소속 사진기자로 활동하였으며, 전주대학교 사진학과 객원교수와 온빛다큐멘터리 회장을 역임하였고, 공익적 사진집단 ‘꿈꽃팩토리’를 이끌고 있다. 1992년 프랑스 르 살롱 최우수사진상, 2004년 강원다큐멘터리 작가상, 2006년 한미사진상, 동강사진상, 1994/1999/2009년 네덜란드 월드프레스포토상, 2017년 일우사진상, 2020년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상 파이널리스트를 수상하였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올림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예송미술관, 영월사진박물관, 타슈켄트국립사진센터, 국가인권위원회, 스페이스22 등에 소장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