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2011년 매우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영화 한 편이 상영되었다. 대중의 관심과 환호를 받는 현대의 예술가와 작품에 관해 유쾌한 조롱을 담아낸 영화였다. 그 영화의 감독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경이로운 판매기록을 세우는 그래피티 작가인 뱅크시Banksy였다. 그가 출연하여 신랄하게 현대예술을 해부하는 내용으로 제목이 특이한 영화였다.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 Shop> 이 영화는 원래 기획 단계에서는 뱅크시 본인이 주연을 맡아 진행하려고 했으나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을 교체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미스터 브레인워시 Mr. Brainwash이다.
그의 본명은 티에리 구에타Thierry Guetta로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고 본업은 구제 청바지 판매 사업가이었지만 현재 그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었다. 영화는 마치 장난 같은 해프닝에 열광하는 대중을 보여주면서 과연 예술가는 어떤 존재이어야 하며 동시에 현대의 예술작품은 어떻게 인식되어야 하는가? 에 관한 영화였다.
이 영화 속의 주인공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독특한 작품을 소개해본다. 그가 2014년 뱅크시와 함께했던 순간을 기억한 작품으로 알려진 이 작품 <Spot>은 그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두꺼운 양피지 형태의 재질 위에 폭발하듯 외부로 나가는 검정 물감의 얼룩이 나타나고 그 시작점에는 찢어진 2달러 지폐 절반이 뱅크시의 상징과도 같은 꽃을 던지는 남자 이미지를 덮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뱅크시와 식사를 한 후 그 식당에서 발급한 작은 영수증에 그려낸 것이며 그 영수증을 덮은 2달러 지폐를 반으로 찢어 절반은 뱅크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의 예술적 사고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작은 영수증, 찢어진 지폐와 물감. 3개의 이질적인 요소를 꼴라쥬 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시킨 그의 상상력은 흡사 뱅크시의 행보와도 닮아있다. 믿을 수 없는 그의 이야기 뒤로 이 작품이 시사하는 점은 유의미하다. 돈과 영수증, 폭발하는 물감의 얼룩이 서로 맞물리고 형태를 이루면서 그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돈을 따라가면 그것의 마지막은 폭발하는 자신의 모습이랄까? 아니면 바로 눈앞에 있는 돈이 아닌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폭발시키는 삶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품의 뒷면이 더 재미있게 구성된 작품이다. 보통의 캔버스 재질이 아닌 양피지 위에 이미지를 그린 후, 영수증과 지폐를 꼴라쥬 하여 보이는 앞면을 완성하고 그 뒷면에는 자신의 지문을 날인하였다. 그리고 누구와 언제 이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했는지에 관한 내용을 표기한 보증서 양식을 완성한 작품이다. 단면에 그려진 하나의 이야기를 넘어 영수증과 지폐 그리고 그림의 뒷면까지도 표현의 도구로 생각한 그의 상상력을 세상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글 | 김남식
춤추는 남자이자, 안무가이며 무용학 박사(Ph,D)이다. <댄스투룹-다>의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의 예술감독으로 사회 참여 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 아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치유를 담당하며 후진양성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