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조의 서툰 행복, 소소한 일상에 투영된 나다움의 발견
[아츠앤컬쳐] 임희조 작품은 ‘엉뚱 발랄한 귀여움’이 남다른 매력이다.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하는 묘한 동질감을 자아낸다. 그림엔 남성이 없다. 둘이거나 혼자인 여성, 고양이, 강아지, 오리, 나무, 꽃 등이 전부다. 참으로 단순하다. 약간은 미완으로 보일 정도의 심심한 그림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마치 먼 추억 속에서 신기루처럼 잠긴 기억을 다시 떠올린 기분이 든다. 스치듯 평범한 일상의 포착, 그저 평온한 인물들의 표정에서 더 없는 위안을 받는다.
임 작가는 평소의 작업 과정이 ‘나다움을 찾는 과정’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나다움’은 답이 없는 문제처럼, 평생의 화두로 삼을 만한 과제이다. 그래서 나를 찾는 여정은 현재진행형이고, 미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그렇기에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서툴지만 차근차근 집중하면서 ‘가장 나다움이 빛났던 행복한 순간’을 찾는 것이다. 임희조 작가에게 그 시기는 ‘미소녀 시즌’이다.
또한 자유로움은 그녀의 그림을 읽어내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마치 ‘이미지 수집의 일상화’를 실천하듯, 평소에 꾸준히 수집한 이미지 중에 선별해 드로잉 작업으로 옮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큰 목표나 지향점보다도 개인의 작고 소소한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가적 삶의 신념이 배인 작품에도 아주 가까운 주변 환경의 관심사가 그대로 녹아들었다. 가령 소녀가 혼자 혹은 둘이서 일상을 즐기는 모습, 반려동물과 함께하거나, 나무나 꽃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대상들은 작가에게 아름다운 추억만을 골라 회상시켜 주듯, 더없이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을 전해준다.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들을 느끼고 누리자,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아, 라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 싶어요. 특정한 목표나 목적을 위해 미래를 위한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닌, 현재를 위한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죠. 지금 누리고 있는 소소한 행복들에 만족하며 기꺼이 감사하고 기뻐하는 하루하루들을 담으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안 하는 것이 더 좋거든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하루하루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하루보다 훨씬 더 행복합니다.”
더불어 임 작가가 작업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 중 하나는 조형성이다. 형상, 구도, 색상, 조형적 요소(선ㆍ면ㆍ공간 등)를 포함한 기본을 중시하면서도 자신만의 조형성과 특성을 찾고자 무던히 노력한다. 또한 물감의 재질감이나 표면적인 기법보다 그가 연출하는 화면의 색조와 리듬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림들은 마치 편편한 색면 패널을 자유곡선으로 잘라 붙인 것처럼, 명징한 미감이 돋보인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친 붓질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작가가 어떤 리듬감과 속도감으로 붓질을 마쳤는지도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이다. 평면화된 색채 감성으로 표현한 또 다른 정중동의 미감이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마침 이달 11일까지 부산 갤러리아리랑의 개인전에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소개 | 임희조(1988~)
임희조 작가는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와 동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3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단체전에 참여했다. 최근에 간결하고 단순화된 인물표현에 맑고 선명한 색채의 조합으로 큰 주목을 받는 신예 작가로 급부상했다. 특히 2022 화랑미술제에 14점 출품해 12점 판매, 아트부산 아트페어 출품작 15점 완판, 울산아트페어 특별전 4점 출품작 완판에 이어, 여러 그룹전에 러브콜을 동시에 받으면서도 출품하기가 무섭게 새로운 소장자가 줄을 서고 있다. 작품은 서울시 문화본부 박물관과,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연수원 등에 다수 소장 중이다.
글 | 김윤섭
명지대 미술사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아이프aif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정부미술은행 운영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