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컨퍼런스

알츠하이머병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대가인 Philip Scheltens 명예교수님과 AAIC 2023에서 함께한 사진
알츠하이머병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대가인 Philip Scheltens 명예교수님과 AAIC 2023에서 함께한 사진

 

[아츠앤컬쳐] 지난 7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2023년도 AAIC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였다. 일전에 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던 치매치료제인 레켐비가 컨퍼런스 직전 정식 승인을 받아 치매 치료제의 처방이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승인과 더불어 2018년도 이후 5년만에 새롭게 개정된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진단 기준이 16일 오후 발표되었는데, 이로 인해 학회장의 열기는 아주 뜨거웠다.

역사적인 발표 현장은 2017년에 미국에서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은 환자 (대개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비교적 젊은 환자를 지칭)인 Joe Montminy의 연설로 시작되었다. 그는 일상 생활에서 인지기능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느껴왔지만, 최종 확정 진단을 받기까지 3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기준 덕분에 다른 환자들은 본인처럼 긴 시간을 거치치 않고 빠른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였다. 더불어, 그는 새로운 치료제 덕분에 가족들과 더 행복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며, 가족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 세 장을 보여주었다. 생활하는 중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나 계획을 세울 때 이전보다 좋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정서적 안정감도 커져 삶의 질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제 치매치료제를 직접 투약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러한 기쁨을 현장에서 나누었다.

다음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대가인 Clifford Jack 교수가 개정된 진단 기준 (2023 NIA-AA revised criteria)을 발표하였다. 2018년 기준과 달라진 점은, 다양한 혈액 검사 결과를 치매의 단계를 진단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아밀로이드 (A), 타우 (T), 퇴행성 변화 (N)에 더하여 염증성 병변 (I), 혈관성 손상 (V), 알파-시누클레인 (S)의 영향으로 환자의 증상 시작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어 진단 시 유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모든 해석은 당연히 환자의 임상 진행을 고려하여 해석되어야 하며, 뇌질환 외에도 비만이나 신장 기능 이상과 같은 다른 신체 상태도 모두 감안하여 이러한 내용을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가지 현장에서 세계적인 알츠하이머병의 대가들이 입을 모아 말한 점 중 흥미로웠던 것은, 앞으로 치매를 암과 같은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암이 무서운 것은 처음에는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그 원인이나 위험 인자가 밝혀지면서 항암제 시장이 크게 성장하였고, 이제는 예전에 비해 암에 대한 인식과 실제 치료율도 매우 개선되었다.

치매도 마찬가지로, 아밀로이드나 타우, 혹은 특정 유전자와 같은 명확한 치매 발병 위험 요인이 밝혀진 지는 꽤 오래됐지만,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낙담하고 실망할 수밖에 없는 질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정식 승인된 치매 치료제가 곧 전세계적으로 투약 가능해졌기 때문에, 암에서 항암제를 투약하는 것과 같은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더불어, 암 예방을 위해 여러 가지 대응을 하는 것처럼, 건강검진을 통해 뇌 건강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위험 요인이 확인되면 계속해서 관리해 나가는 개념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원인 검사가 복잡하지 않아 진단이 용이해졌으므로 다각도에서 정밀 검사를 하여 진단하거나 예방하고, 혹시라도 치매로 확인되더라도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이 질환을 대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다.

글 | 김혜원
뉴로핏 (NEUROPHET) 메디컬 디렉터
신경과 전문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前 서울아산병원 임상강사, 지도전문의
방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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