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미니멀, 미니멀리즘, 미니멀 아트, 미니멀 라이프…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친숙하게 쓰이고 있는 표현이다. 의도하는 대상을 작게, 줄이고, 최소한으로 표현하고자 함을 내포한다. 동양의 미학으로 볼 때, 이번 전시는 비움의 미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지극히 서양적인 화풍이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전통적으로 여백의 미를 추구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1960~1970년대 시작된 isme
<미니멀 아트>의 기원은 1960년대 1970년대 북미대륙에서 시작되었다. 형태와 표현이 모두 간소화되면서 이를 미니멀 아트라고 일컬었다. 이번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에는 미니멀 아트가 시작된 당대를 재현한 듯, 화려한 작가들과 그들의 주요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피노 재단 미술관의 미니멀 전시는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미니멀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개념을 다각도에서 풀어 소개한 큐레이터의 노력과 국제적인 스팩트럼을 부여한 시대의 흐름도 엿보인다.
소 섹션을 살펴 보면, 빛, 모노하, 균형, 표면, 망, 모노크롬, 물질 등을 테마로 한다.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과 이승택이 소개되었다. 미술사의 흐름상 미국작가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는 미니멀리즘 운동이 시작되었던 당시 미국의 상황을 상기시킨다. 당연히 모든 창작예술은 탄생 당시의 배경을 간과할 수 없다.
도날드 저드나, 칼 앙드레와 같은 작가들은 자로 재어 칼로 자른 듯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작품에서 금속 소재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당시 젊은 대학생 처지로 부족한 생활비를 벌고자 공사 현장 특히 철조공사장에서 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기하학적 형태를 조형하다 보니 이러한 제스처를 토대로 한 작업이 기본 모티브가 되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작가의 삶은 작품 속에 여실히 투영된다고 말할 수 있다.
모노하
미니멀리즘과 동시대에 공존했던 미술사조로 모노하를 들 수 있다. 모노하는 20세기 일본과 한국의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바위, 나무와 같은 자연소재나 솜, 유리, 철판 같은 산업 재료를 함께 사용하였다. 이는 모노하 사조의 핵심이 되는 관계성의 초석이 된다. 우리는 개별적이 아닌 주변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모노하 사조의 작업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언어로 체계화한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이 있다. 그는 관계성에 착안해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번 파리의 프랑스 럭셔리 재단 미술관이 조성한 미니멀 아트 전시를 통하여 본 세계적인 파노라마가 흥미로웠다. 미국에서 시작된 듯한 최소한의 미학이 이탈리아의 아르테 포베라, 일본의 모노하, 한국의 단색화까지 울려 퍼진 듯하다.
글 ㅣ 이화행 Inès LEE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파리 소르본 미술사대학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