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감성 흑백사진
파리 시청앞 키스하는 연인들
[아츠앤컬쳐] 우리나라의 카페에도 무수히 걸렸던 한 장의 흑백사진을 기억한다. 수많은 사진들 중에 왜 하필 키스하는 연인들의 사진이 우리에게 유독 기억되고 회자되는 것일까? 사진을 물끄러미 응시해 보면 그 안에는 너무나 평범한 프랑스의 젊은 연인들의 청춘과 자유로움이 시선을 끈다.
포토그래퍼 드와노는 1950년 3월 월간지 라이프로부터 파리의 연인들을 테마로 사진 촬영 제안을 받았다. 파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콩코드 광장부터 시청까지 오랜 시간 촬영이 이어졌는데, 그는 모델에게 입맞춤만 줄곧 반복하면서 걸어오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미지 속 남성은 자끄 카르토라는 신인 연극배우였고, 여성은 프랑소아즈 델바르라는 당시 남자 모델의 실제 여자친구였다.
1950년 6월, 이 사진이 월간지 라이프에 실리면서 첫 번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커버를 장식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 사진은 같은 해 자료화되고 보관되었다. 이 사진이 유명하게 된 후 자코메티, 장 콕토, 피카소 등 유명한 인사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그가 유명하게 된 계기가 된 키스하는 연인들 사진은 35년 동안 묵혀 있다가 1985년 다시 엽서와 포스터로 인쇄되며 세상의 이목을 끌게 된다. 당시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어처구니없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 속의 인물이 본인이라면서 초상권을 요구하여 관련 다수의 소송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남녀노소 유명인 모두 해학적으로 찰칵!
드와노의 이번 파리 소재 마욜 조각 미술관 회고전을 위하여 450,000여 점 중에서 350점을 엄선하였다. 특별히 사람들과 환경을 토대로 전시 테마를 전개하였다. 여기에 어린이, 소설가, 화가, 수공예 장인, 선술집 등이 선보였다.
피카소가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사진은 피카소의 아카이브로 매우 유명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빵들이 마치 거대한 손처럼 보여 익살스럽다. 그 밖에도 데이빗 호크니, 마르셀 뒤샹을 비롯한 당대에 유명한 프랑스 및 유럽 아티스트들의 순간 포착이 흥미롭다.
또한 어린이들의 천진한 일상을 담은 시리즈의 경우 아직도 엽서로 회자될 만큼 시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 비결은 아마도 곳곳에 녹아 있는 프랑스 빈티지 감성 때문일 것이다.
그가 보그와 르노 자동차 등에서 고용 사진사로 근무하며 남긴 사진들도 상당한데,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50여 년간 활동하며 많은 양의 광고사진을 남겼다. 1912년 파리 근교에서 태어나 1994년 파리에서 생을 마감한 드와노의 사진에서 프랑스인들의 삶에 대한 음유시인적 관조가 엿보인다.
글 ㅣ 이화행 Inès LEE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파리 소르본 미술사대학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