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홍일화의 작업 세계는 오랫동안 인간이라는 존재를 응시하는 데서 출발했다. 프랑스에서 약 20년간 이어진 인물화 작업에서 그는 얼굴이라는 가장 사회적인 표면을 통해 정체성의 불안정성을 탐구했다. 화장과 치장, 변장과 성형으로 끊임없이 바뀌는 얼굴, 이름과 국적마저 유동적인 시대 속에서 ‘진짜 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작가를 오래 붙들었다. 그 질문은 타인의 시선 속에 존재하는 나와 스스로 인식하는 나 사이의 간극으로 드러났고, 이는 화면 위에서 ‘마스크’라는 형상으로 응축되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인간 내부에 머물지 않았다. 홍일화는 인간을 규정해 온 사회적 표면을 넘어, 인간이 놓인 더 근원적인 환경으로 시선을 이동시킨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숲이다. 그의 숲은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놓인 감각의 공간이다. 그에게 숲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장소이며, 이름 붙여지지 않은 숨결이 태어나는 세계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나뭇잎 아래에서 인간은 다시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존재로 자리한다.
홍일화가 말하는 마법은 초월적 기적이 아니다. 그것은 감각의 회복이며, 세계를 다시 믿는 능력의 귀환이다. 작가는 숲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의 문을 조용히 두드린다. 바람의 언어, 침묵의 밀도, 빛의 온도는 그의 회화 속에서 서서히 감각된다.
새는 하늘과 땅, 인간과 자연, 신비와 현실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세상의 균형을 지켜보는 감시자이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전령(傳令)처럼 우리 곁에 있지만, 결코 완전히 붙잡을 수 없는 존재다. 어쩌면, 새들이 우리가 잃어버린 마법의 감각을 가장 오래 간직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리를 통해 대화하고, 깃털로 계절의 숨을 읽으며, 눈빛 하나로 공간의 깊이를 재단한다. 그 섬세한 감각은 인간이 잊어버린 신비에 닿아 있다. 그림 속 인물은 새들과 시선을 나눈다.
그 경계는 흐려지고, 나는 그 틈에서 '자연과 인간이 다시 마주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만남은 환상도, 우화도 아니다. 이것은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시도이자, 우리 안의 원초적인 감각, 마법을 기다리는 마음을 다시 깨우기 위한 조용한 주문이다.
- 작가노트
글 ㅣ 이혜숙
Art salon de H(아트 살롱 드 아씨) 대표
IESA arts & culture 프랑스 파리 예술 감정 및 아트 비즈니스 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