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심연을 향한 부동의 여행
[아츠앤컬쳐] 곽수영은 작업의 주제를 ‘빛’으로 전환하며, 외부의 빛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건축 양식인 고딕 성당을 주요한 표현 대상으로 삼아왔다. 고딕 성당은 구조적으로 어둠 속에서 빛을 증폭시키는 공간이며, 그의 회화는 이 건축적 원리를 회화의 언어로 치환한다. 빛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층위 속에서 서서히 발생하고 드러난다.
그의 작업 방식은 수행에 가깝다. 붓으로 최소 열다섯 겹 이상의 물감층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뒤, 두꺼워진 표면을 철필로 긁고 벗겨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 절개의 행위는 파괴라기보다 드러냄에 가깝다. 숨겨져 있던 색층은 긁힘을 통해 노출되고, 빛은 표면 아래에서 솟아오른다. 회화는 그 결과로 하나의 밀도 높은 물질이자 에너지의 장이 된다.
〈Voyage Immobile(부동의 여행)〉 연작에서 우리는 성당 내부, 혹은 양측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마주한다. 용광로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쇳물의 빛, 황금의 궁전 위로 내려앉은 오후의 빛, 짙은 밀림의 틈새에서 스며 나오는 청록의 빛까지. 곽수영이 만들어내는 빛과 색채는 신비롭고 장엄하며, 동시에 원초적인 힘을 품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회화를 단순히 성당의 경건함이나 고요함으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채의 에너지와 물질의 긴장은 압도적으로 강렬하다. 철필로 긁힌 자국과 그 사이에 떠오르는 부유물들이 만들어내는 거친 마띠에르는 작가가 반복해 온 시간과 행위, 즉 수행의 흔적이자 증거이다.
곽수영은 우리를 고정된 상태로 이동시키는, 역설적인 여정으로 이끈다. 그는 존재와 영혼의 경계 사이를 오가는 ‘부동의 여행’의 인도자이며, 그의 회화를 따라 우리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빛의 심연 속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글 ㅣ 이혜숙
Art salon de H(아트 살롱 드 아씨) 대표
IESA arts & culture 프랑스 파리 예술 감정 및 아트 비즈니스 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