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얼마 전 추상화가 이열 작가는 거울을 캔버스 삼아 과감한 변신으로 거울 위에 여러 흔적을 만드는 작품을 파리에서 ‘Another Time’ 이후, 인사동 노화랑에서 ‘거울형 회화’ 전을 국내에선 최초로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선 예전 ‘생성공간-변수’라는 주제로 한 대형 유화 작품들을 과감히 저버리고 온통 거울작품으로 전시장 1, 2층을 채웠다.
우리 모두가 알 듯, 거울이라는 매체는 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그 앞에 서 있는 물체를 보여준다. 거울에 드로잉, 선, 색채들이 칠해지고 긁히고 벗겨진, 마치 시간이 그을린 듯한 이열의 거울 작품을 보면서 작가가 거울과 보낸 많은 시간이 느껴졌다. 본인 자신과 그 공간을 정확히 반사해주던 거울에 칠하고 벗기는 매우 힘든 작업과정을 보낸 작가가 거울에 비추어진 작가 본인 모습과의 대화, 그리고 그 시간이 주는 고뇌가 영상처럼 작업하는 작가의 모습이 되어 관람자의 머리를 스친다.
수십 년 전통회화 작업을 해온 이열 작가는 캔버스와 안료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다가 몇 년 전 철수하는 미군부대에서 낡은 거울을 구입했다. 그에게 거울이란 경대 앞 거울 속에 비추어진 작가의 어머니와 어린시절 본인의 모습을 신기하게 느꼈던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마도 작가는 어머니를 그리듯 거울이란 매체를 사용하게 된 듯하다.
모든 장소에는 지난 스토리가 있고 역사가 있다. 거울은 아름다움을 말해주는 백설공주의 거울도 있고 유아에서 성인이 되고 늙어 버리는 우리를 비추어주는 거울도 있다. 풍수에서 거울이라는 매체는 빛의 반사, 물체의 반사로 인해 특별히 센서티브한 매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거울이란 매체를 통해 이열의 거울작품은 관람자 자신을 투영해서 순간을 보여주고 그 순간의 시간적, 감성적, 공간적 관람자 자신과 만나는 순간 작가가 보낸 시간과 함께 마주한다.
‘거울형 회화’는 작가에게는 엄연히 지난 회화 작품과는 다르고 도전적이다. 거울 안에 회화로 작가의 시간과 흔적이 표현되어, 이전 작품과 재료에서 차이를 보일 뿐 회화의 기본 개념은 이전 추상작업의 연속선상에 있다. 이런 그의 이번 작업을 들여다보면 투명 천 위에 드로잉과 얼굴 이미지 등을 겹겹 레이어들을 통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감상할 수 있어 특이하다.
또한 다른 시간이 비추어져 여러 공간적 세계가 존재하여 순간의 심리적 스토리가 미묘하면서도 거울의 특성인 빛의 반사만큼 정확하여 관람자를 신비로운 공간적 상상에 빠지게 만든다.
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jgracer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