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가끔 인생이 연극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무대는 때론 독무대이고, 두 사람의 무대이기도 하며, 그룹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들의 연속적인 시간 공간 속에 어떤 기억으로 추억이 되어 남는다. 그러나 만약, 이런 모든 기억이나 추억이 역으로 어린아이들의 소꿉장난처럼 상상에 의해 생겨나고 그렇게 미래가 상상력으로 피어나는 꿈에 의한 시간의 창조물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서정희 작가는 그녀의 작품 속 공간으로 캔버스를 오픈하여 뒷배경을 만들고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그 위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든다. 이런 구성은 마치 연극 무대 같기도 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우리를 어떤 미지의 세계로 한 순간에 유체이탈시켜 데리고 간다. 이런 무대와 환상적인 공간에서 감상자로 하여금 마치 자신의 심장 깊이 특별한 존재를 만날 것 같은 환상에 머물게도 하며 본인만의 추억의 공간에서 그런 만남이 곧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준다.
서정희 작가는 “우주란 상대와 제 자신이 보완과 견제를 통해 만들어낸 생명체입니다. 저는 이 우주를 능숙하게 유영하면서 다양한 존재와 대등한 관계를 맺습니다. 저는 우주의 생성자이지만 그 공간에서 전혀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지배하지도 않고 생명을 만듭니다. 우주의 일원으로서 함께 숨쉬고, 웃고 울면서 살아가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지요.”라고 작품에 대해 말한다. 서정희 작가는 주변의 모든 사물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작품의 재료도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인간과 똑같은 생명을 가진 동등한 존재로 인식한다. 쓰다듬고 대화하면서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함께한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여러 겹의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하나의 우주가 생성된다.
작가는 생명 세계를 실현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간다. 상대적 존재는 항상 동시에 생성하며 그녀의 작품에서 세월 흐름에 따른 시간, 공간, 기억, 추억은 상상력이란 무지개가 되어 그녀의 창작력을 이끈다.
글 | 임정욱
작가, 대진대 겸임교수, 핑크갤러리 관장
jgracer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