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앤컬쳐] 사드루딘 아가 칸느 왕자와 공주의 1920년대와 1930년대 동서양을 아우른 아르데코 컬렉션으로 구성된 진귀한 오브제를 엄선한 전시가 파리의 반클리프 앤 아플스 보석학교에서 일반에 공개되었다. 지극히 섬세한 디자인과 진귀한 보석들과의 아름다운 조화가 좀처럼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1925년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아르데코 양식은 전성기를 누린다. 당시 프랑스 최고의 디자이너로 알려진 폴 푸와레의 드레스에서도 아르데코 양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데, 건축을 비롯하여 가구와 장신구 같은 다양한 장식미술에서 꽃을 피웠으나 2차대전으로 인하여 지속되지 못하였다.
당시 동양 문화권의 경우 중국과 일본, 그리고 페르시아제국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을 각각 소개했다. 초록색, 파란색, 터키 블루의 조화는 카르티에에서 1920년대 처음으로 선보인 색상의 조합이다. 마치 공작새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색상으로 오리엔트문화권에서는 일찍이 사기그릇에 유약의 색상으로 사용하였다. 이는 페르시아의 사드루딘 왕자가 특별히 선호하는 색상이었기에 1930년에 특별히 카르티에에 주문했다고 하며, 그 안에는 진귀한 에메랄드를 사용하여 가치를 더했다고 한다.
한편, 중국은 서양인들에게 오랫동안 미스테리의 나라, 신비한 나라로 자리매김해왔다. 한편, 1923년에 파리의 오페라에서 중국 무도회가 열렸는데, 이는 센세이션 자체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뜨 쿠튀르 패션과 오뜨 조아이류 보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청나라에서 주로 사용하였던 검정색과 짙은 붉은 색의 칠기를 활용한 조합은 서양인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를 샤넬이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또한, 샤넬은 병풍을 특히 좋아해서 중국 병풍 수집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오브제의 경우 좀 더 전통적이면서 섬세함과 사치스러움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금색과 검정색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일본 전통 칠기와 병풍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분재문화의 영향을 오브제 안의 모티브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일본 전통의 소품인 인로에서 영향을 받은 디자인을 카르티에가 재해석한 것을 볼 수 있다. 더불어 국화꽃을 모티브로 하여 보석으로 장식된 검정색 케이스도 주목을 받았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