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iss-by-Gustave-Klimt
The-Kiss-by-Gustave-Klimt

 

[아츠앤컬쳐] 누구나 한 번쯤 오스트리아 작가 클림트의 <키스(입맞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단 미술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이 작품을 보면서 황홀함을 느낄 정도로 다소 몽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 하잔(Hazan)에서 발간된 <쥬얼리, 보석, 귀금속(Bijoux, pierres & objets précieux)>을 훑어보면서 인간 역사의 또 다른 단면을 보았다.

 

Jean Honoré Fragonard, Balançoire
Jean Honoré Fragonard, Balançoire

화려함의 예술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날에도 여성들은 화려한 보석선물이라면 멍들었던 마음까지도 한순간에 테라피라도 받은 듯 화사함을 되찾는다. 클레오파트라를 연상해 보자. 그녀가 미인이었지만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유혹의 마력을 그렇게까지 뿜을 수 있었을까?

Pierro della Francesca
Pierro della Francesca

지금도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에 가서 보면 도금이 된 듯 화려한 얼굴의 조각상을 볼 수 있다. 그뿐인가, 로마 시대로 오면서 권력자들의 초상화가 유행하였다. 그들의 귀걸이는 그들의 눈 크기만큼이나 크다. 마치 우리나라 신라 왕실의 유물을 보는 듯하다.

Dame Licorne
Dame Licorne

한편, 중세시대에 들어오면서는 화려한 대성당만큼이나 아름다운 유품들이 상당량 제작되었다. 파리의 중세박물관에는 화려한 타피스리 작품들이 상설전시되어 있다. 이곳의 작품들은 중국의 비단장수가 보아도 놀랄 만큼 화려하고 다채롭고 강렬하다. 유니콘 옆에 있는 여인은 거울을 들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오감 중 시각을 상징하면서도 무상함을 상징한다. 마치 현대미술의 거장 다미앙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보석으로 뒤덮인 해골작품처럼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장 화려한 유품들은 바티칸 성당에 가장 많이 소장되어 있다.

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princesse A Frans Hals, Cavalier soldier lbert de broglie detail
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princesse A Frans Hals, Cavalier soldier lbert de broglie detail

문화가 융성하게 꽃피운 르네상스 시대에는 어땠을까? 당시 귀족들은 자신의 초상화를 유명화가에게 맡기면서 누가누가 화려하나 뽐내기를 하듯 앞다투어 치장하였다. 물론 그 보석들을 착용한 여성들의 모습들도 마치 여신처럼 아름답다. 우리의 대종상 수상식이나 프랑스의 칸영화제를 연상해 보자.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남긴 옆모습 초상화의 보석들은 보고 있노라면 갖고 싶다는 욕망마저 불러일으킨다. 금과 진주로 단아한 화려함을 뽐내니 마치 백합의 독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Jean-Étienne Liotard, Marie-Adélaide de France
Jean-Étienne Liotard, Marie-Adélaide de France
Hals-Cavalier_soldier
Hals-Cavalier_soldier

17세기에 들어오면서 네덜란드에서도 초상화는 대인기를 누렸다. 당시 경제가 발전한 터라 소위 사회에 돈이 잘 돌아서, 럭셔리 산업도 크게 발전하였다. 주로 검은색 의상을 착용하고 목 주변의 흰색 레이스는 광대의 옷처럼 두드러진다. 마치 닭 볏을 세우듯 그들은 목 볏을 세우며 자신의 부와 권력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는 듯하다.

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La Grande Odalisque
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La Grande Odalisque

아름다운 18세기 미술의 꽃인 로코코 양식은 그 화사함이 작품 전체에 만개하다. 아름다운 파스텔톤의 실크 의상은 춘향이의 수줍음과 화사함을 담고 있다. 그네를 밀어주고, 아름다운 구두를 떨어뜨리고, 그녀들은 마치 손에 물 한번 묻혀보지 않은 귀족의 딸들 같다. 더불어 18세기, 19세기에 접어들어 유럽 내 오리엔탈리즘의 유행으로 영국화가 서양의 여인들은 화려한 북아프리카의 의상을 걸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일품이다. 프랑스 화가 앵그르(Ingres)가 남긴 루브르 소장의 오달리스크를 예로 들 수 있다. 요즘도 석유가 나는 국가의 여인들은 관능미와 더불어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다.

Klimt-judith
Klimt-judith

이처럼 클림트의 얘기로 시작했으니 다시 그로 마무리를 지어본다. 아르누보 시대에 들어오면서 장식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렸고, 그 이유인지 그림이 화려한 데코레이션작품같은 경우가 빈번하다. 다소 몽환적이면서 관능적인 클림트의 여인들을 연상하면서 그 화려함에 취해본다.

글 | 이화행
아츠앤컬쳐 파리통신원, 파리 예술경영대 EAC 교수
소르본느대 미술사 졸업, EAC 예술경영 및 석사 졸업
ineslee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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